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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배우 故 이선균을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모였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수사당국과 언론 및 미디어, 정부 및 국회에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선균과 영화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이원태 감독,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배우 최덕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고영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최정화 등이 참석했다. 최초 참석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배우 김의성과 장항준도 추가 합류를 알렸다.
기자회견은 최덕문의 사회 아래 별도의 질의응답 및 포토타임 없이 진행됐다. 단체 소개 및 경과보고, 설명서 발표, 참여 단체의 발언과 향후 계획 발표가 차례로 이어졌다. 성명서 낭독은 김의성, 봉준호, 윤종신, 이원태 순으로 맡았다.
먼저 김의성이 "이선균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며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여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라고 성명서 낭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봉준호 감독이 '수사당국에 요구한다', 윤종신이 '언론 및 미디어에 묻는다', 이원택 감독이 '정부 및 국회에 요구한다' 항목을 낭독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 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비롯한 총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성명서에는 이들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와 김동호 이사장, 배우 송강호를 비롯한 200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연명으로 함께했다.
참석단체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상민 부대표는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슬픔, 분노를 헤아릴 길이 없다. 이 비극에 조사 중인 사실, 피의 사실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노출하고 언론에 노출한 수사기관과 이를 선정적으로 받아쓰기 한 언론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다"며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하겠다. 공감하시는 분들은 함께해 주시기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는 "피의자 공표, 피의자 신상 공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냐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는 헌법에 명기되어 있지 않다"며 "오늘 참석하신 기자 여러분들도 언론 출판의 자유가 있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시는 분들이시고, 문화예술계 역시 표현의 자유를 가장 제1의 가치로 느끼로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 추상적인 가치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故 이선균의 사안이 이에 해당되는지는 다시 한번 숙고해 주시기 바란다. 문화예술의 성과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는 있으나 제1의 목표인지에 대해서도 돌아봤으면 좋겠다"며 "국가는 예술, 학문, 종교 등 인간의 내면세계에 속하는 것을 생성할 수 없으며 문화는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국민의 정신적 생활은 국가에 의하여 조직되거나 계획되고 규율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더군다나 사적 영역의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어느 누가 감히 공공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막연한 기준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겠나. 디지털 감옥에 살 수밖에 없는 고인의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게 아니라면 제발 기사를 삭제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근 사무총장은 "너무나 안타깝다. 한국 방송, 영화, 음악 29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며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함께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이주연 회장은 "커뮤니티와 소셜 댓글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이슈가 생성되고 유포되고 재생산되면서 대중문화 예술인들의 개인의 인권은 물론 그 가족들의 인권도 같이 침해되는 상황들이 걷잡을 수 없이 만들어졌다"며 "인권이 전혀 보호받지 못한 참혹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 우리 협회는 일어나며 소설이나 커뮤니티 등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는 국회와 경찰청, KBS에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여러 단위에서 언급이 되고 있는 속칭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뜻을 같이하는 모든 단체와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 또한 각 단체에서 말씀해 주신 여러 의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함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알렸다.
한편 앞서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 지난달 27일 성북구의 한 공원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이선균은 유흥업소 실장 A씨가 건넨 약물을 수면제로 알고 투약했을 뿐 마약을 할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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