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6번에 놔뒀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가정하기도 싫지만, 만약 KIA 타이거즈에 나성범(35)과 최형우(41)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리그 최강 타선’, ‘우승후보’라는 얘기를 못 듣지 않을까. 장기적으로 KIA는 두 사람을 대체할 선수들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KBO 역사에 획을 그은 특별한 선수들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KIA 타선의 기둥은 단연 나성범이다. 최형우는 나성범이 입단하기 전까지 기둥이자 4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성범이 KIA에 입단한 2022년부터 자연스럽게 배턴터치를 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은 묘하게 엇박자를 낸다.
2022년은 최형우가 부진했다. 2023년은 최형우가 부활했지만, 나성범이 부상으로 58경기밖에 못 뛰었다. 그리고 2024년. 나성범이 개막을 코 앞에 두고 허벅지 부상이 재발하며 빠졌다. 그렇게 최형우는 4번타자에서 ‘졸업’하지 못하고 또 돌아왔다.
최형우는 23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동점 2타점 2루타 등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이것이 4번타자’라는 걸 방망이 실력으로 말해줬다. 정작 KIA의 개막전 6연패 기간 자신도 부진했다며 ‘셀프 비판’을 했지만, 그의 방망이가 살아 숨쉬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았던 건 팩트다.
그런 최형우는 개막전 맹활약 후 “성범이가 중요한 선수인 건 맞지만, 너무 성범이 얘기만 나오니까”라고 했다. 다른 선수들도 잘 하고 있고, 그래서 ‘팀 KIA’가 강하다고 역설했다. 실제 개막전은 나성범 없어도 KIA 타선이 만만치 않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의미가 크다.
나성범이 빠져서 힘들다고 얘기하기보다, 후배들의 기 살리기에 앞장선 것이었다.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KIA 타선이 LG 트윈스와 함께 최고 소리를 듣는 건 나성범과 최형우가 있어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포지션별 균형, 뎁스, 파괴력이 좋은데 나성범과 최형우가 화룡점정을 찍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그런 최형우가 고마울 따름이다. 24일 우천취소된 광주 키움전을 앞두고 “6번에 놔뒀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팀에 중심이라는 게 있다. 이 선수가 중심을 잡아주느냐, 못 잡아주느냐에 따라 팀에 변화가 생긴다. 팀은 중심을 잡고 있는 선수들의 성향과 비슷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실제 KIA는 나성범 입단 이후에도 최형우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야구를 잘 하는데 선수들을 잘 챙긴다. ‘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는 아니다. 오히려 ‘다정한’ 스타일의 맏형이다. 최형우의 언행이 KIA 선수들을 움직이는 묘한 힘이 있다.
나성범이 돌아오기 전까진, 최형우의 묵묵한 리더십이 빛을 발할 것이다. 나성범이 없다고 해서 최형우가 뭘 다르게 하는 건 전혀 없다. 그냥 나성범 없는 KIA에 최형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KIA 팬들은 나성범과 최형우의 동반 폭발을 간절히 원한다.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는 묵묵히 자기 일을 잘 해주는 선수다. 고참의 행동을 보면서, 거기에 맞게 팀 자체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올 시즌도 부상 없이 4번 타자로서 좋은 시즌을 보내길 바란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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