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7~8km 떨어진 스피드를 올리는 것을…”
타격코치가 1년 365일 내내 타자들하고만 얘기하는 건 아니다. 야구장을 지나가다 투수들하고 얘기할 수도 있는 법이다. 오히려 고민이 있는 투수들은 타격코치에게 타자의 관점으로 피드백을 받고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있다.
이의리는 지난 2월 캔버라 스프링캠프 당시 과거 이범호 ‘타격코치’로부터 타자 관점에서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고 했다. 크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렇듯 이범호 감독은 투수들도 알게 모르게 지나가다 조금씩 지켜봤다.
캔버라에서 갑자기 감독이 됐지만, 투수 파악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선수, 코치 시절부터 계속 KIA투수들을 봐왔다. 그리고 캔버라에서도 코칭스태프 회의를 하면 투수 파트에서 나오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래서 시즌 준비 상태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범호 감독이 정해영의 남모를 노력을 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24일 우천취소된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해영이가 운동을 안 했다면, 구속을 올리기 위해 노력 안 했다고 하면 모르겠는데, 7~8km 떨어진 스피드를 올리려고 노력하는 걸 코치 시절부터 봤다”라고 했다.
정해영은 지난 겨울 미국 시애틀 라인드라이브 베이스볼센터를 다녀온 뒤 투구매커닉을 조정, 구속 상승 효과를 봤다. 23일 키움과의 개막전서 150km를 회복했다. 그에 앞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특급 유망주’ 잭슨 메릴에게도 150km 패스트볼을 던졌다. 비록 그 공이 피안타로 연결됐지만, 정해영은 메이저리거에게도 주눅들지 않을 정도로 구속과 자신감을 회복했다.
정해영은 수직무브먼트와 회전수가 좋은 투수다. 스피드 이상으로 구위가 좋은 스타일이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스피드 저하가 뚜렷해 고민이 많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22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6km. 그러나 2023년은 143.2km로 다소 떨어졌다. 최고구속의 편차는 좀 더 컸다.
아무리 회전수로 승부한다고 해도, 스피드가 더 나오면 그만큼 탄력을 더 받는 건 당연한 이치다.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정해영이 상체로만 공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정해영은 시애틀에서 실마리를 풀었다. 유학 효과를 올 시즌 톡톡히 볼 조짐이다.
그러나 정해영은 미국 유학과 별개로 스피드를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 노력이 미국 유학효과가 결합돼 좋은 결과물로 연결된 것이지, 100% 유학 효과로 얻은 150km 회복이라고 보긴 어렵다. 드라이브라인에 다녀온 모든 투수의 스피드가 올라오는 건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구속이 오른 건 고무적이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구위 자체도 많이 올라왔다. 그렇게 시작하니 감독으로선 고무적이다. 자신감을 갖고 던지면 된다. 볼끝이 좋은 친구라서, 스피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으니 좋은 시즌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150km을 회복한 정해영은 KBO 최연소 100세이브 달성을 예약했다. KIA의 클로저 역사를 계속 바꾼다. 불펜 왕국 KIA의 마침표는 여전히 정해영이 찍는다. KIA가 아슬아슬한 9시 야구와 결별할 것 같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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