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우스갯소리로 이(빨)로 물어버리자고…”
KIA 타이거즈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35)은 KIA와 1년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구단으로부터 2루수와 함께 1루수도 병행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서건창으로선 찬 밥, 더운 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내심 우승할 수 있는 고향 팀에 왔으니, 무엇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이었다.
LG 트윈스 시절 1루수 연습을 했다고 하지만, 알고 보니 KBO리그 데뷔 최초로 1루수 출전이었다. 26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은 서건창 야구인생의 또 다른 한 획을 긋는 하루였다. 서건창은 9번타자로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수비는 무난하게 해냈다.
경기 후 만난 서건창은 “캠프에서 1루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팀에서 1루 수비가 필요하다고 했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어렵지 않았다. 큰 실수 안 하고 잘 마친 것 같다”라고 했다. 앞으로도 서건창은 1루수로 종종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날도 롯데 선발투수 찰리 반즈에게 2타수 2안타로 강하다는 평가 속에 중용된 것이었다. 절반의 성공.
서건창은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자 몸을 날려 막아내기도 했다. 미트에 넣지 못하면 일단 몸으로 막아서 장타를 단타로, 단타를 아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이빨로 물어버리자고 했다. 피하기보다, 1루수는 몸으로 막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결정적 순간도 있었다. 0-0이던 6회초 1사 만루서 박승욱이 빗맞은 땅볼을 서건창 방향으로 쳤다. 서건창은 전진 수비를 펼친 상황. 타구를 잡았을 때 3루 주자 정훈이 홈까지 절반도 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홈 승부를 했다면 접전, 혹은 아웃도 가능했다.
그러나 서건창은 안전하게 타자주자를 택했다. 1루 커버를 들어온 2루수 김선빈에게 토스, 아웃카운트와 실점을 맞바꿨다. 이 장면에 대해 서건창은 판단미스는 아니라고 했다. “러닝 스로우가 아니면, 자세가 안 나온다. 경기 후반이면 (홈 승부)시도를 했을 텐데 중반이라 안전하게 승부했다. 이거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실제 서건창이 러닝 스로우로 타구를 처리할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1루 경험이 없으니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크게 무리 없이 1루수 데뷔전을 마쳤으니, 자신감이 생길 듯하다. 1루 수비는 박기남 수비코치 등의 피드백을 받고 준비하면 된다. 이제 올 시즌 2경기를 치렀다.
어쨌든 중요한 건 서건창이 어떤 역할이든 받아들이고 팀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전, 201안타 MVP 시절은 잊었다. LG 시절과 달리 출전기회는 충분히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타로서의 가치도 여전한 걸 감안하면, KIA의 서건창 영입은 성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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