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건호 기자] "다른 팀이지만 선수 한 명을 위해서 응원가를 불러준다는 것이 감동적이지 않나요?"
김강민(한화 이글스)은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맞대결에 7회말 대수비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김강민은 지난 2001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해 지난 시즌까지 23년 동안 한 팀만을 위해 뛰었다.
우승의 영광도 누렸다. 2007년 첫 번째 우승 반지를 꼈고 2008, 2010, 2018, 2022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2022시즌에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 시리즈 5경기에 모두 대타로 나와 3안타(2홈런)를 기록했다. 대타 끝내기 3점 홈런도 있었다. SSG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MVP 역시 그의 차지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김강민은 한화로 적을 옮기게 됐다. 작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SSG의 35인 보호 명단에 김강민의 이름이 없었고 한화가 그를 지명했다.
김강민은 은퇴와 현역 연장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수로서 1년을 더 뛰겠다는 뜻을 밝혔고 한화에서 새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26일 한화 유니폼을 입고 첫 번째 SSG랜더스필드 원정에 나서게 됐다.
경기 전 김강민은 "아직 특별한 것은 없었다. 경기해 봐야 알 것 같다"며 "구단 버스 타고 오는 길이 가장 어색했다. 집에서 자야 하는데, 호텔에서 자야 하는 부분도 좀 달랐다"고 말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김강민의 출전 가능성에 대해 "인천이라서 경기에 내보내는 것은 없다. 상황에 따라서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7회말 수비를 앞두고 SSG랜더스필드 전광판에 김강민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대수비로 출전한 것이다. 중견수 자리에 선 김강민은 외야에 있는 팬들은 물론 홈플레이트 쪽을 바라보며 90도로 인사했다. 김강민은 수비를 3이닝 동안 소화하며 대타 하재훈의 뜬공 타구를 처리하기도 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다시 만난 김강민은 "색달랐다. 제가 응원했던 선수들의 타구를 잡아야 됐다. 그런 부분이 많이 달랐다"고 밝혔다.
김강민은 이날 경기 1번 타자로 출전했던 최인호와 교체돼 출전했다. 그리고 8회초 한화의 공격은 2번 타자 요나단 페라자부터 시작됐다. 1번 타자 김강민이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없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화 타선이 힘을 냈다. 8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노시환이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후 안치홍과 하주석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9회초 문현빈과 임종찬이 범타로 물러난 뒤 9번 타자 최재훈이 타석에 나왔다. 0B2S에서 최재훈은 볼을 네 개 연속 골라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김강민이 타석에 들어서게 되자 한화 팬들은 물론, SSG의 팬들도 모두 함성을 질렀다. 3루 응원석에서 김강민의 등장곡이 흘러나왔다. SSG 시절부터 사용했던 등장곡이었다. 그러자 모든 관중이 다 함께 김강민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강민의 응원가 역시 모두 다함께 불렀다.
김강민은 "뭉클했다. 어찌 됐든 다른 팀이지만 선수 한 명을 위해서 다 같이 응원가를 불러준다는 것이 감동적이지 않나. 많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김강민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SSG랜더스필드에 찾아온 모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날 경기 주심을 맡은 이계성 심판위원은 홈플레이트를 청소하며 김강민이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김강민은 1B1S에서 조병현의 147km/h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쳤지만, 아쉽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김강민은 "(최재훈 출루를) 많이 바랐다. 빨리 들어가서 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조병현의 볼이 좋았다. 어떻게 만만하게 칠 수 있는 공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인천=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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