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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경기가 열렸다. 고우석이 더그아웃서 생각에 잠겨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역시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은 것일까.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도 불안함을 털어내지 못했다.
고우석은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최종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맞대결에서 ⅔이닝 동안 투구수 34구,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겨울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버저비터 계약을 맺었다. 2년 동안 450만 달러(약 61억원)를 보장받고, 구단이 2026시즌의 동행을 희망할 경우 계약 규모는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7억원)까지 치솟는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 꿈에 그리던 빅리그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이 확정된 당시 미국과 일본 언론에서는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겨울 '특급마무리' 조쉬 헤이더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하게 된 까닭. 고우석은 한국시리즈에 출전하는 등 가장 늦게까지 시즌을 치른 탓에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된 투수들 중 가장 오랜기간 빌드업을 한 뒤 마운드에 올랐다.
일단 고우석의 시작은 훌륭했다. 고우석은 지난 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첫 실점을 기록하게 됐으나, 7일 신시내티 레즈와 맞대결에서 다시 한번 무실점 투구를 뽐내며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고우석이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지난 11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⅓이닝 만에 5실점(5자책)을 기록하게 된 것이었다.
2024년 3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 LG 트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 열렸다. 9회말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3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 LG 트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 열렸다. 고우석이 9회말 등판했다./마이데일리
불행 중 다행일까. 고우석은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빅리그 시범경기에서 첫 '삼자범퇴'를 기록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31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고우석은 '친정' LG 트윈스를 상대로 세이브 찬스에서 등판 기회를 가졌다. 이때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LG와 맞대결이 에인절스전 이후 또다른 악몽이 될 것이라는 것을.
고우석은 5-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는데,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리고 김현수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 이재원에게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몰리는 직구를 통타당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다행히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매듭지으면서 세이브를 손에 넣었지만, 고우석 입장에서는 찝찝함이 컸다. 그리고 이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경기가 종료된 후 마이크 쉴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고우석의 서울시리즈 개막전 엔트리 승선 가능성을 묻자 확답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20일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발표된 샌디에이고의 26인 개막 로스터 명단에 고우석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3명'으로 구성된 택시 스쿼드에도 고우석은 포함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고우석은 "어제(19일) 로스터 탈락 소식을 들었다. 감독님께서는 '잘 준비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개별적으로 전달을 받았기 때문에 (김)하성이 형도 기사를 보고 알았을 것이다. 아쉽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예상을 못하고 도전을 한 것도 아니었다. 아쉽긴 하지만, 또 준비 잘해서 올라와서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고우석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27일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한번 등판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령탑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고우석은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는데, 이날도 좋지 않은 기억만 남게 됐다. 고우석의 투구 내용도 깔끔하지 못했지만, 주전들이 모두 이탈한 샌디에이고의 수비는 너무나도 처참했다.
2024년 3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등판한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1사 1루 LG 이재원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마이데일리
고우석은 등판과 동시에 선두타자 벤 윌리엄슨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출발했는데, 문제는 이후였다. 고우석은 후속타자 제이크 안치아를 상대로 3루수 방면에 날카로운 타구를 맞았다. 이때 그래이엄 폴리가 점프 캐치를 시도했는데, 타구가 글러브에 맞고 튀는 불운을 겪었다. 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우석은 침착하게 후속타자 악셀 산체스에게 뜬공을 유도,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는 듯했다.
그런데 최악의 수비가 나왔다. 샌디에이고의 2루수와 우익수가 산체스의 타구 처리를 모두 미뤘고, 텍사스 안타로 연결이 됐다. 이후 고우석은 빌 나이트를 뜬공으로 묶어냈으나, 후속타자 RJ 쉬렉에게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린 93.6마일(약 150.6km) 직구를 공략당해 결국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블론세이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우석은 후속타자 브록 로든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에이단 스미스를 유격수 땅볼 유도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송구 실책이 발생했고,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고우석은 3실점를 기록하게 됐다. 결국 샌디에이고 벤치는 고우석을 교체하기로 결정했고, 1이닝도 매듭짓지 못했다. 이로써 고우석은 시범경기 6경기에서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12.60의 성적을 남기게 됐다.
실책과 아쉬운 플레이가 쏟아졌지만, 분명한 것은 고우석이 상대한 선수들은 모두 빅리그 '주전'이 아니라는 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일단 고우석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서 시즌을 준비한다. 다만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가 속한 리그가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지는 까닭에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할 전망. 팀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고우석이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의 아쉬움을 잊고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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