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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 구단이 그냥 큰 돈(1억1300만달러)을 안 준다.”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연일 맹활약이다.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개막전부터 3경기 연속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12타수 4안타 타율 0.333 1홈런 4타점 1득점 OPS 0.916이다.
3경기 내내 안타와 타점을 신고하는 기염을 토했다. 31일 경기서는 3-1로 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샌디에이고 좌완 톰 코스글러브의 몸쪽 보더라인에 걸친 스위퍼를 잡아당겨 우중월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타구속도 104.4마일, 비거리 406피트, 발사각 32도였다.
‘타격 전문가’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달 3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이정후의 첫 홈런 영상을 직접 봤다. ‘와’가 저절로 나왔다. 몸쪽에 달라붙는 코스의 공을 잡아당겨 홈런으로 연결하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이 진짜 주목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지난달 30일 경기서 만들어낸 안타였다. 그날 이정후는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4회초 1사 1,2루 찬스서 조 머스그로브의 3구 92마일 하이패스트볼을 툭 밀어 유격수 김하성 쪽으로 날린 그 안타였다. 이 타구 역시 타구속도 86.8마일이라서 김하성이 처리하기 쉽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타이밍이 늦었는데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었다. 방망이를 빼면서 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쳤다”라고 했다. 타이밍도 살짝 늦었고, 높은 코스의 공이었는데 마치 공을 끄집어 내는 느낌으로 쳤다는 얘기다. 매우 기술적인 타격이었다는 칭찬이다.
이범호 감독은 이 타격을 보고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3할 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이 그 큰 돈을 그냥 주지 않는다. 얼마나 체크하고 분석했겠나. 정후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줬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도 이정후의 2017년 KBO리그 입성부터 2023년까지 7년간 국내에서 뛰는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어릴 때부터 대단했다. 이정후에 대한 기억이 있다”라면서도 “이치로도 마음먹으면 홈런을 친다고 하지 않나. 정후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10홈런 이상 칠 수 있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규정타석 3할은 대단히 어려운 목표다. 작년에는 양 리그 통틀어 9명에 불과했다. 2할대 후반만 쳐도 탑클래스에 들어간다. 그만큼 체력관리가 쉽지 않고, 투수들의 수준이 남다르다. 이정후는 여전히 출발선상에 서있다. 시작이 좋지만 끝도 좋게 하려면, 좀 더 검증을 받아야 한다. 물론 그 어떤 한국인 타자 이상으로 대단한 테크닉을 지닌 건 분명해 보인다. 이범호 감독의 칭찬도 진심이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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