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시즌 끝날 때, 지표는 정해져 있어.”
선두 KIA 타이거즈의 유일한 흠이 실책이다. 21일까지 31개로 리그 최다 1위다. 25실책의 2위 SSG 랜더스보다도 6개의 실책을 더 범했다. 심지어 SSG가 KIA보다 2경기를 더 치른 걸 감안하면, 두 팀의 실제 격차는 더 크다고 보면 된다.
3루수 김도영이 6개, 2루수 김선빈이 5개다. 박민이 3개, 박찬호가 2개.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나는 내야에서 꽤 많은 실책이 쌓였다. 그래도 KIA가 투타의 힘이 워낙 좋아 실책에 의한 데미지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다. 결정적 실책을 범하면 보통 기세가 꺾이기 마련이지만, KIA는 그렇지 않다.
대신 개개인은 수비에 대한 아쉬움이 크고,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우성(31)은 20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직후 3월2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서 자신의 송구 실책으로 결정적 점수를 내줬다며 “월 크로우(그날 선발투수)가 나올 때 숨고 싶다”라고 했다.
이우성은 올해 1루 전향의 원년이다. 심지어 1루수와 우익수를 경기 중에도 오간다. 1루는 여전히 낯선 포지션. 아직 1루가 익숙지 않은 이우성에게, 2루수 김선빈이 수비 도중에도 해야 할 일을 계속 얘기해준다는 게 이우성의 설명.
이우성은 “선빈이 형이 내가 까먹을까봐 계속 얘기해준다. '이럴 땐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 저럴 땐 저렇게 움직여야 한다'고”라고 했다. 그런 김선빈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이우성은 “아직 상황 판단이 잘 되는 편은 아니다. 좀 더 1루 수비에 익숙해지면 혼자 알아서 움직이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KIA는 올 시즌 경기가 없던 월요일에 내야수들이 식사자리를 만들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 박기남 수비코치도 합류해 같이 식사도 하고 얘기도 주고받았다는 후문이다. KIA 내야수들에겐 뜻깊은 자리였다.
이우성은 “선수들끼리 그런 얘기를 했다. 서로 미안한 감정이 있지만 밝은 표정으로 야구를 하자고. 건강식을 함께 먹었다”라고 했다. 심지어 박기남 코치는 이 자리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며 “시즌 끝나고 보자. 시즌이 끝날 때 지표(실책 등 각종 수비관련)는 정해져 있다”라고 했다. 이미 해야 할 실책을 많이 했으니, 앞으로 실책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격려였다.
서로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조금 접어두고,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비에 임하자는 다짐. 그러나 이우성은 실책들이 팀 승리로 덮였다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실책을 왜 했는지 돌아봤고, 앞으로 실책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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