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미국 자회사의 현지 제련소 설립 계획 철회 공방
호주 계열사 태양광발전·풍력발전소 사업 ‘스톱’
주가도 지지부진…향후 신성장동력 발굴이 관건
[마이데일리 = 황상욱 기자] 고려아연이 해외 사업에서 잇달아 철수하거나 보류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투자 여력을 잃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주가에도 반영되는 모양새다.
3일 고려아연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고려아연은 미국 조지아주 정부와 약속한 전자 폐기물 재활용(리사이클링) 제련소 건설 사업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 사업은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가 약 8500만달러(한화 약 1133억원)를 투자해 현지에 연산 9만톤 규모의 제련소를 세우는 것이었다.
이그니오는 2021년 10월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당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해 현지 및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Pedalpoint Holdings, LLC)를 통해 4억4000만달러(약 5800억원)을 들여 이그니오와 그 계열사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후 제련소 건설 예정 부지가 한 차례 변경되더니 이그니오가 2023년 사바나 경제개발국(SEDA) 측에 제련소 건설 계획 철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지아주는 현대차와 LG 등 국내 대기업이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곳으로, 중요한 거점 지역이다. 고려아연의 투자 철회가 한국 기업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사업은 현지 주정부와 비밀유지 협약이 있어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협의가 된 부분이 있다”면서 "상대측의 귀책 사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가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호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인수한 호주의 신재생 에너지 개발 업체 에퓨런(Epuron)이 2022년 호주 남부 프리멘틀(Freemantle) 쓰레기 매립지에 계획했던 5MW급 태양광 발전 사업을 철회했다. 에퓨런은 고려아연이 호주 자회사인 아크에너지를 통해 2021년 4억5000만 호주달러(약 4111억원)에 인수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업체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가 6년간 개발해온 호주 태즈매니아의 50.4MW급 풍력발전 사업도 2023년 중단됐다. 이 사업 역시 당초 에퓨런이 추진했다가 아크에너지가 에퓨런을 인수하며 이어받은 사업이다. 또 아크에너지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뉴잉글랜드 아미데일 지역에 개발할 계획이던 340MW급 풍력발전소 사업도 멈췄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고 진행해주는 위탁사업으로 일부 토지 소유주와의 분쟁 등으로 지연되고 있을 뿐 사업종료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1974년 창립해 올해 50주년을 맞은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3세 경영에 들어가며 신사업 강화에 나섰다. 현재 11조원 내외인 시가총액은 2033년 7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2021년 고려아연은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경영으로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 및 그린수소 에너지, 2차전지 소재 산업, 리사이클을 통한 자원순환 3대 축으로 이뤄진 고려아연의 신성장 엔진을 뜻한다.
트로이카 드라이브 추진에 있어 중요한 프로젝트인 미국의 이그니오와 호주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 잇달아 잡음이 일면서 신사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2022년 11월 25일 68만5000원으로 최근 5년래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43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50만원대 중반까지 회복한 상태다.
황상욱 기자 e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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