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원래 원태인의 자리이지 않나"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9일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워진 삼성 원태인을 대체 할 선수로 LG 임찬규를 확정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전력강화위원회는 선발 투수 대체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논의 끝에 임찬규를 최종 선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임찬규는 올해 25경기에 등판해 10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마크,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었다.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던 것에 비해서는 모든 지표가 떨어졌지만, 임찬규의 진가는 단기전에서 드러났다.
임찬규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2경기에 등판해 11⅓이닝을 단 3실점(2자책)으로 막아내는 등 2승 평균자책점 1.59로 활약하며 MVP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17일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 맞대결에서도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등 이번 가을 3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02이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은 그야말로 임찬규의 무대였다.
임찬규는 지금까지의 커리어 중에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는데, 원태인이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과정에서 4~6주 이탈이 불가피한 큰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대표팀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후보 0순위로 급부상했다. 가장 최근까지 마운드에 올랐던 선수들 중에서 성적을 비롯해 퍼포먼스가 가장 좋았던 까닭이다.
원태인이 부상으로 강판된 직후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관계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류중일 감독은 임찬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사를 확인했고, 염경엽 감독에게도 허락을 구했다. 그 결과 임찬규와 염경엽 감독 모두 대표팀 승선을 반겼고, 30일 고척스카이돔의 합숙 훈련에 참가했다. 선발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찬규의 최종 명단 승선은 확정적인 상황. 2018년 이후 무려 6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임찬규는 "기분상 태극마크를 처음 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오래됐었다. 2018년에는 어린 나이에 형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동생들이 더 많더라. 물론 실력은 동생들이 더 좋지만, (고)영표 형과 밝은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대표팀은 자부심이고 명예다. 어쨌든 많은 분들이 보시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임찬규는 대표팀 승선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그는 "나는 예비 엔트리에 없었기 때문에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손주영이 빠진 뒤에도 대체 선수들이 들어가면서 '그럴 일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김태균 선배님 어린이 야구 레슨을 하고 있어서 (류중일) 감독님께서 전화가 온 것도 바로 받지 못했다. 부재중이 찍혀 있길래 다시 전화를 드렸다. 그때 대표팀 상황을 찾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독님께서 '찬규야 지금 태인이가 조금 아픈 것 같다. 혹시 되겠니?'라고 하셨는데, 바로 '됩니다'라고 했다. 전화를 주신 기준으로 일주일 정도 쉬었는데, 긴 기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신 것에서 좋았다. 너무 좋아서 앞뒤 없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당시 충북에 있었는데 서울에 도착하니 10시 정도가 되더라. 그래서 바로 잠실구장에서 공을 던져보면서 체크를 했는데, 괜찮아서 합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의 연락을 받음과 동시에 컨디션과 몸 상태를 체크할 정도로 대표팀에 진심이었던 임찬규. 그렇다면 예비 명단에 들지 못했던 아쉬움은 없었을까. 임찬규는 "사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고, 성장하고 있지 않나. 원래 대표팀에 가던 중에 빠졌으면 실망할 수 있는데, 없어서 괜찮았다"고 웃음으로 아쉬웠던 마음을 감췄다.
갑작스럽게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지만, 대표팀 입장에서는 임찬규가 포스트시즌에서의 좋았던 모습을 이어가주는 것을 원하고 있다. 그는 "큰 경기에서 괜찮았다는 것에 대해서 의심보다는 자신감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일단 최대한 그때의 흐름을 찾는 게 중요하다. 상무전에서는 체크를 하고, 아프지 않다고 한다면 대만에 가서 연습경기를 통해 100%를 던지고 경기에 들어간다면 감각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에는 막내급이었지만, 이제는 대표팀의 어엿한 최고참급인 만큼 임찬규의 어깨는 무겁다. 임찬규도 그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에서 어느 정도를 기대하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한 경기를 꼭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자리가 원래 원태인의 자리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무게도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비롯해 올해 3월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평가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던 임찬규는 "컨디션만 후반기 정도로 올라온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와 경기를 할 때도 좋은 결과가 있었다. 염경엽 감독님께서도 '서울시리즈 때도 마찬가지지만, 네 공을 처음 보면 쉽진 않을 거다'고 하시더라. 한 번의 생소함으로 승부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잘 던져서 도쿄돔까지 꼭 갔으면 좋겠고, 도쿄돔에서 던져보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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