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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부진, 히트곡 독식…멈춰버린 가요계의 시간
음원차트 고착화, 왜 신곡은 자리잡지 못하나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2025년의 음원차트는 2024년에 멈춘 듯하다. 21일 기준으로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곡 중 올해 발표된 곡은 단 하나, 아이브의 'Rebel Heart' 뿐이다. 1위는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지드래곤의 'Home Sweet Home'으로, 이어 에스파의 'Whiplash'와 로제의 '아파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음원 차트를 그대로 복사해 현재 차트에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는 단순히 한두 달간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음원차트 고착화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신곡의 경쟁력 부족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이미 최상위권에 자리 잡은 히트곡들이 방대한 스트리밍 점수를 유지하며 차트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곡이 도약할 공간은 매우 협소하다. 특히 음원차트가 TV 음악 프로그램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국 음악 시장에서는, 차트에서 이름을 알리지 못한 신곡은 대중의 관심을 끌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TV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난다. 음원 성적이 주요 집계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상위권에 자리 잡은 곡들이 차트를 점령한 상황에서는 신곡이 차트 진입에 실패하고, 자연스레 음악 방송에서도 1위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신곡 발표와 동시에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를 잃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히트곡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음원 차트가 고착화되고, 이런 차트 환경에서는 신곡이 이름을 알리기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히트곡이 나오지 않으니 신곡 발표 자체가 위축되고, 이는 차트의 고착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예컨대, 올해 1월 컴백한 다수의 아티스트 중 유일하게 체면을 지킨 가수는 아이브 뿐이다. 'Rebel Heart'는 발매 직후 빠르게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며 아이브의 저력을 보여줬다. 반면, 다른 신곡들은 히트곡들의 공고한 지위를 넘어서지 못한 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음원차트의 고착화 현상은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다. 첫째, 스트리밍 플랫폼의 구조적 특성이다. 기존 인기곡은 알고리즘의 추천 우선순위에 포함되어 새로운 청취자들에게 계속 노출된다. 반면 신곡은 노출 기회가 제한적이며, 짧은 시간 안에 반응을 얻지 못하면 빠르게 사라진다.
둘째, 청취자의 소비 패턴 변화다. 과거에는 신곡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이제는 이미 익숙하고 안전한 선택지인 히트곡으로의 회귀가 두드러진다. 특히, 플리(플레이리스트), 쇼츠 중심의 스트리밍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기존 히트곡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다.
셋째, 전반적인 음원 시장의 침체다. 과거처럼 대중의 이목을 끌만한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곡들이 줄어들면서 신곡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현재의 고착화된 음원차트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하고 간단한 해답은 대형 가수들의 컴백일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글로벌 메가 아티스트들이 차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음원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의 변화도 요구된다. 신곡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차트의 건강한 순환을 위해 필수적이다.
또한, 신예 아티스트들이 주목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공정한 경쟁 시스템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참신한 음악이 절실하다. 기존의 익숙한 성공 공식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5년 1월의 음원차트는 가요계가 새롭게 도약할 계기를 필요로 한다. 차트의 고착화를 넘어서기 위해 대형 아티스트들의 컴백, 플랫폼 개선, 그리고 신곡에 대한 대중의 관심 회복이 긴요하다. 음악 시장의 다채로운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대형 가수들의 컴백을 넘어 신곡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고인물 차트’를 탈피할 날은 언제쯤 올까.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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