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승주야, 너는 우리에게 필요한 선수야."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2023-2024시즌이 끝난 후 캡틴 이소영을 잡지 못했다. 7년의 한을 풀었지만, 공수겸장 이소영을 놓친 건 아쉬운 일. 이소영은 3년 최대 총액 21억을 받는 조건으로 IBK기업은행으로 떠났다.
그리고 정관장은 FA 보상선수로 표승주를 택했다. 표승주는 2010-2011시즌 신인왕 출신. 이소영 못지않은 V-리그 아웃사이드 히터로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올 시즌 제외, V-리그에서만 391경기를 소화했다. 표승주가 풀렸을 때, 정관장은 환호했다. 공격력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큰 힘이 될 수 있기에, 또 한송이가 은퇴하면서 염혜선과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다. 고희진 감독이 원했던 선수다.
사실 2020 도쿄올림픽 4강의 멤버이자 국가대표 표승주로서는 FA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다는 게 자존심 상할 수도 있다. 지난 시즌 35경기 434점 공격 성공률 35.66% 리시브 효율 35.16%로 활약하는 등 IBK기업은행 주전의 일원이었다. 또 지난 시즌에 역대 5호 서브 300개, 역대 14호 수비 5000개 대기록을 이뤘기에 떠나는 게 더욱 아쉬웠을 터.
그래서 고희진 감독은 FA 보상선수 발표가 나기 전에 표승주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네가 오게 되어 기쁘다. 넌 우리의 FA 보상선수가 아니다. 꼭 필요한 선수"라고 표승주에게 힘을 실어줬다.
표승주 역시 시즌 전 기자에게 "보상 선수 이적이 발표나기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 감독님께서는 늘 믿어주신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걱정이 클 수 있는 데 감독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선수들, 지원스태프 모두가 옆에 있으니 힘이 난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시즌이 시작되니 이소영과 표승주의 처지는 극과 극이다. 야심차게 이소영을 영입했지만, IBK기업은행은 최근 5연패와 함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소영은 어깨 부상 여파로 선발 출전이 단 한 번 뿐이다.
반면 정관장은 표승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삼각편대를 꾸리는 표승주는 많은 득점, 높은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팀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고희진 감독도 그런 표승주를 믿고 신뢰한다. 프로 데뷔 후 리시브가 처음인 부키리치가 흔들릴 때 옆에서 도와주고, 메가와 부키리치의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에는 공격에서 한 번씩 해결해 준다.
지난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현대건설과 경기에서도 표승주는 블로킹 3개 포함 12점 공격 성공률 39.13% 리시브 효율 13.79%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의 표승주를 생각하면, 팬들 입장에서는 부진한 성적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배구인들이 보는 시선은 다르다. 살림꾼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아는 표승주의 가치를 알고 있다. 이날 경기를 중계했던 KBSN스포츠도 표승주를 '팡팡 플레이어'로 선정했다. 표승주는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메가-부키리치 쌍포가 매 경기 놀라운 화력을 뽐내고 있고, 박은진과 정호영이라는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듀오가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 '레전드' 이효희 한국도로공사 코치를 넘어 여자부 역대 누적 세트 1위에 오른 염혜선이 안정적인 토스를 선보이고 있고, 노란도 후위 라인에서 힘을 더한다. 이적생 표승주도 살림꾼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잡은 정관장은 파죽의 12연승에 성공했다. 올 시즌 전까지 10연승에 한 번도 도달한 적이 없었기에 그들의 연승 행진이 더욱 놀랍다. 어느덧 여자부 역대 정규리그 최다 연승 6위에 자리에 올랐다. 여자부 최다 연승은 15연승. 디팬딩 챔피언 현대건설이 2021-2022시즌, 2022-2023시즌에 기록한 바 있다.
오는 26일 홈에서 페퍼저축은행을 만난다. 19승 2패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승리가 기대되는 부분, 정관장은 복덩이 표승주와 함께 13연승에 도전한다.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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