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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돈'으로 선수들을 쓸어 담으면서 '악의 제국'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뉴욕 양키스의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LA 다저스의 무분별한 '디퍼(지급유예)' 남발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YES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LA 다저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양키스는 과거 '악의 제국'으로 불렸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슈퍼스타'로 불리는 선수들을 대거 품에 안았던 전력 때문이다. 그래도 양키스는 나름 정직하게 돈을 사용해 왔다. 쩐을 바탕으로 모든 선수들을 독점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사치세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디퍼'라는 조항을 적극 활용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악의 제국'이라는 칭호는 다저스에게 넘어갔다.
다저스는 지난해 오프시즌부터 전력 보강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내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 달러(약 1조 115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태평양을 건너기를 희망하고 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는 메이저리그 투수 최대 규모에 해당되는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696억원)의 계약을 안겼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다저스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1년의 2350만 달러(약 340억원)의 계약을 맺은데 이어 '주전포수' 윌 스미스와 10년 1억 4000만 달러(약 2023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24시즌이 종료된 후 토미 에드먼과 4년 6450만 달러(약 932억원)의 연장계약을 맺은데 이어 5년 1억 8200만 달러(약 2630억원) 계약을 통해서는 '양대리그 사이영상' 블레이크 스넬을 품에 안았다.
게다가 다저스는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3년 6600만 달러(약 954억원), '160km 파이어볼러' 태너 스캇과 4년 7200만 달러(약 104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저스가 이 같은 거액들을 퍼부울 수 있었던 이유는 양키스와 다른 '방법'을 택했던 까닭이다. 바로 연봉의 일부를 '먼 미래'로 미루는 디퍼였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영입하기 전에도 'MVP'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과 계약에 '디퍼'를 사용했는데, 오타니와 맺은 7억 달러 계약에는 무려 6억 8000만 달러(약 9826억원)를 지급 유예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연장계약과 새로운 FA 계약에 모두 디퍼를 적극 이용했다. 다저스가 연봉의 일부를 지급 유예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디퍼 계약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적용함에 따라 사치세의 부담까지 덜어주는 까닭이다.
쉽게 표현했을 때 가난한 구단 입장에서는 디퍼가 신용카드로 카드값을 돌려 막는 행위라고 한다면, 다저스와 같은 자금력이 막대한 구단 입장에서는 할부로 금액을 납부해 현재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다저스는 29일 FA 불펜 최대어에 속하는 커비 예이츠와 1년 최대 1300만 달러(약 188억원)까지 맺을 수 있었다.
선수들 입장에서 디퍼를 남발하면서 선수들을 쓸어 담고 있는 다저스가 좋게 보일 수 있지만, 대다수의 시선은 썩 곱지 않다. 다저스가 아닌 타구단의 팬들은 물론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다저스의 디퍼 남발에 대한 비판을 퍼붓는 중.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2026시즌이 끝난 뒤 새로운 노사협정(CBA)을 맺을 때 '디퍼'가 매우 큰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리그가 정상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해 '원조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의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YES 네트워크'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대부분의 구단주들이 다저스가 하고 있는 것(디퍼를 통한 영입)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 3월 '포브스'가 발표한 구단 가치 3위(75억 5000만 달러)로 평가된 양키스의 구단주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말이었다. 다저스는 24위(54억 5000만 달러).
하지만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생각이다. 과거 '돈'으로 우승을 사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경험과 사례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그게(디퍼)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보자"며 "그들은 여전히 부상이 없는 시즌을 보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긴 시즌이고, 포스트시즌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린 그걸 여러 번 봤다"고 묵직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FA 최대어' 후안 소토의 잔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FA 시장과 트레이드를 통해 맥스 프리드, 데빈 윌리엄스, 폴 골드슈미트, 코디 벨린저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끌어올린 양키스. 올 시즌엔 지난해 월드시리즈(WS)에서 만난 다저스에게 아픔을 되갚아줄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다저스의 행동이 구단주의 입장에서도 썩 곱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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