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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상황에 맞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밥 멜빈 감독은 16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스타디움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타순 변화에 대한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후는 지난 2017년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주로 '리드오프'의 역할을 맡았다. 뛰어난 선구안, 정교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출루에 성공한다면, 폭발적인 주력으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이정후의 타순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겼다.
1번 타자로서 이정후도 매력적이지만, 팀의 상황과 생산력 등을 고려했을 때 리드오프보다는 3번 타순에서 이정후의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까닭. 때문에 이정후는 지난해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631억원)의 계약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이정후는 대부분 3번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다시 변화가 생겼다.
키움과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도 이정후의 여러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시범경기부터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겼다. 하지만 이정후는 자신의 가치를 채 증명하기도 전에 시즌아웃이 됐다.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와 맞대결에서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펜스와 강하게 충돌했고, 이로 인해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아야만 한 까닭이다. 그러나 현재는 몸 상태를 회복했고, 시범경기를 통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4일 밥 멜빈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타순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령탑은 "올해 부상에서 복귀하는 이정후가 때때로 3번 타순에서 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타순 변화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겨 본 뒤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했던 것이다. 이정후도 일찍부터 사령탑에게 이같은 내용을 귀띔 받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16일 멜빈 감독이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타순 변화에 대한 물음에 "그것은 이정후가 항상 리드오프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정후도 '8~9번을 치든, 어디에서 하든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며 "여러 라인업을 살펴보고 있고, 이정후가 리드오프로만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한번 타순 변화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번에서도 경험이 적지 않지만, 3번으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서봤던 만큼 멜빈 감독 또한 전력 변화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해보겠다는 생각. 이는 이정후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올해 어디서든 안타를 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리드오프에만 집중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며 "올해 라인업은 시즌을 치르면서 여러 번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타순 변화에 아무런 동요도 없었던 이정후는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앞서 말했듯이 어느 타순이든 상관이 없다. 그 타순에 나가면 그 타순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느 타순에 나가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후는 1번과 3번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공수 교대 시간이 2분이었다. 그래서 중견수, 1번 타자로 준비를 하더라도 시간이 넉넉했는데, 메이저리그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특히 좌중간 또는 우중간에서 타구를 처리하면 바로 타석에 들어가야 되는 상황에서 조금 급하긴 하더라. 그럴 경우 사실 투수에 대한 정보도 보지 못하고 타석에 들어가는 상황도 많았다"고 말했다.
마치 타순 변화 가능성이 '리드오프'에서 탈락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흐름도 있는 듯하지만, 이정후는 "어느 타순이든 상관 없지만, 정보를 보고 들어가는 것도 좋다"며 내심 3번으로 이동을 반기는 눈치기도 했다. 투수에 대한 정보도 보지 못하고 타석에 들어가서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 정보와 함께 투수가 직접 던지는 모습을 여유 있게 보고 타석에 들어서서 이정후의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도 나을 수 있다. 특히 이정후는 상황에 맞는 타격 능력도 뛰어난 편이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타격 코치님들께서 '상황에 맞는 타격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주자가 2루에 있을 때는 내가 불리하거나, 어려운 투수라면 주자를 3루에 보내주던가, 3루에 주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1점을 뽑는 타격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을 코치님들께서 좋게 봐주셨고, 나도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려고 생각 중"이라며 "타점을 내야 하면 타점, 주자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주자를 보내는 등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상황을 이해하고 플레이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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