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선의 탄생 |저자: 대커 켈트너 |역자: 하윤숙 |옥당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정선영] 이기적인 사람이 많다. 뉴스를 볼 때면 사리사욕만 생각하는 이기적 인간들 다툼에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나 역시 그리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새삼 궁금해졌다. 세상에 왜 이렇게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 많은 걸까, 아니 애초에 착한 사람이나 그런 마음은 타고나는 것일까?
<선의 탄생> 저자 대커 켈트너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다고 단언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심리학과 교수인 그는 뇌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성선설을 뒷받침한다.
켈트너는 먼저, 자연선택을 주장한 다윈이 경쟁만큼이나 협동과 공존에도 관심을 기울였고, 인간 도덕성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 깊이 연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다윈은 <인간의 유래>에서 공감, 연민 같은 인간의 사회적 본능이 인간 본성 일부를 이룬다고 주장했다.
초기 인류의 진화적 적응 환경을 살펴보면 한층 명확하게 드러난다. 초기 인류는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 작은 골반을 갖게 되었고, 이는 출생 시 좁은 골반 사이를 빠져나오기 위해 완전히 자라지 못한 상태로 태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오랜 기간 보살핌이 필요했다. 이런 생활에서는 일상적으로 협력이 요구되었다.
그런 요구에 따라 인류는 다양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발달한 얼굴 표정에 켈트너는 주목한다. 공감, 연민 같은 감정 연구를 위해 인간 표정에 집중했다. 잘 알다시피 인간 얼굴 표정은 순간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나타낸다. 켈트너에 따르면 특히 빨개진 얼굴, 살짝 내민 입술, 시선 회피 등 당혹감을 담은 표정은 화해의 표시이며, 거리감이 있거나 공격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한데 묶어주는 감정 표시라고 한다.
당혹스러움의 표시로 나타나는 미소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책에 소개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장류는 싸우는 동안 힘이 약한 쪽이 강한 쪽에 먼저 다가가 치아를 드러내며 싱긋 웃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런 행동은 친화적인 털 손질, 신체 접촉, 포옹을 부르며 서로 싸우던 양측을 화해시킨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당혹감은 우리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깨달음과 다른 사람 판단에 대한 존중 의식을 표현하고, 나아가 용서와 화해의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켈트너는 존중이 담긴 이 스쳐 지나가는 표정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갈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다윈이 인간의 도덕의식과 협력 사회를 이루는 토대라 밝힌 ‘연민’으로 돌아가보자. 켈트너가 뇌 미주신경을 연구한 결과, 이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되어, 보살핌, 존경, 협동심 등의 이타적 행동을 만든다.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했던 경험을 들려준 연구에서 사람들의 일차적 반응은 한숨이었다. 이 한숨은 투쟁-도주 반응을 가라앉히고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 미주신경의 존재는 긍정적 감정과 이타적 행동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인간의 성선설을 뒷받침한다.
연민을 비롯한 다른 사람과 유대관계가 생존에 직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책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영장류는 사회생활에서 위계구조를 만들어내는데, 지위가 높은 영장류는 집단의 주변부에 있는 거친 구성원을 원만하게 달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또한 갈등을 조정하고 자원을 좀 더 공정하게 분배했다. 늑대의 경우, 과도한 공격 성향을 보이거나,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집단에서 배척당한 늑대는 번식 가능성이 낮고, 죽을 확률이 높았다. 이러한 양상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권력은 사회관계에 헌신하는 사람에게 주어졌다. 공격적으로 행동하거나 힘을 휘두르고 노골적인 형태의 위협이나 지배적 태도를 드러내는 사람은 낮은 지위로 밀려나거나 거부당했다.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의 선한 마음의 실체를 밝혀내고 그것이야말로 인류 생존의 중요한 열쇠라고 말한다. 선한 마음의 실체를 알게 된다고 인간이 선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본디 선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새긴다면 이타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 이기심으로 비롯된 아귀다툼이 조금은 줄어들면 좋겠다.
|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북에디터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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