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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경기에 나갈 걸 알고 준비했던 것이 좋았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홈 맞대결에 2루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2024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노크한 김혜성은 포스팅 데드라인을 앞두고 3+2년 총액 2200만 달러(약 317억원)의 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W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 뒤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김혜성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저스에는 김혜성이 아니더라도 '한국계' 토미 에드먼과 키케 에르난데스,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 등 2루수 역할을 맡을 자원들이 즐비한 상황. 김혜성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반드시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코칭스태프로부터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래도 현재까지의 흐름은 매우 순탄하다.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 등 여러 선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팀에 적응해 나가고 있고, 레벨업을 위해 많은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김혜성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타격폼에서 큰 변화를 시도 중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조금 더 좋은 스윙을 하기 위해서 상, 하체를 모두 바꾸고 있다. 로버츠 감독을 비롯해 애런 베이츠 타격코치는 김혜성이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있으며,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다저스는 올해 3월 18~19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전을 갖는다. 다른 팀들보다 훨씬 일찍 개막을 시작하는 만큼 스프링캠프 스타트를 비롯해 시범경기 일정도 빠른 편이다. 앞서 사령탑은 김혜성이 새로운 폼과 메이저리그 수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범경기에서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21일 그 약속을 지켰다. 시범경기 첫 날부터 김혜성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LA 다저스 2루수, 8번 타자 혜성 킴!"이라는 소개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밟은 김혜성의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쉬움이 남긴 했다. 김혜성은 2-0으로 앞선 2회말 무사 2, 3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시카고 컵스 선발 코디 포팃과 맞붙었다. 포팃은 2015년 신인드래프 4라운드 전체 116순위에서 마이애미 말린스의 선택을 받은 선수로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24경기(13선발)에 등판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2로 활약했다.
크게 달아날 수 있는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혜성은 먼저 포팃의 초구 빠른볼을 지켜봤다. 그리고 2구째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체인지업을 참아낸 뒤 3구째 몸쪽 체인지업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으나, 헛스윙을 기록했다. 여기서 볼 카운트가 1B-2S로 불리한 상황에 몰렸는데, 김혜성은 포팃의 4~5구째를 지켜보며 승부를 풀 카운트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6구째 다시 몸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걸치는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내민 결과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불리했던 상황을 끝까지 끌고 간 선구안은 분명 돋보이는 장면이었으나, 희생플라이 또는 내야 땅볼을 통해서라도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던 것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혜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 곧바로 이를 만회했다. 3-6으로 뒤지 4회말 2사 1루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38승 투수 브래드 켈러와 대결했는데, 이번에는 풀 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를 골라내면서 볼넷을 손에 넣으며 첫 출루를 기록했다. 다만 후속타의 불발로 득점과 연결이 되진 않았다.
수비에서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김혜성은 1회 1사 1루에서 자신 쪽으로 향한 뜬공 타구를 손쉽게 처리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고, 4회초 컵스의 마이클 부시가 친 땅볼 또한 완벽하게 마무리지었다. 두 타석을 마친 김혜성은 5회 초 수비가 시작됨과 동시에 대수비 저스틴 딘과 교체됐고, 비록 시범경기지만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로버츠 감독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김혜성의 데뷔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사령탑은 김혜성의 경기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로버츠 감독은 "나는 오늘 김혜성이 경기에 뛸 것이라는 걸 알고 준비했던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때문에 집중력이 조금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김혜성이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기를 했고, 큰 경기에서 약간이나마 익숙해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총평했다.
일단 김혜성의 22일 경기 출전 여부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 득점권 찬스를 살리지 못한 아쉬운 장면도 분명 있었지만, 사령탑의 눈에는 김혜성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새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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