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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정말 성공적인 하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23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맞대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024시즌에 앞서 메이저리그에 노크한 이정후는 수많은 구단들의 관심을 받는 등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626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이 금액은 아시아 출신 야수 중에는 최고 몸값이며, 투수까지 포함하더라도 3위에 해당된다. 이정후가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않은 선수라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정후의 시즌은 37경기 만에 종료됐다.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맞대결에서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펜스와 강하게 충돌하면서 어깨 부상을 당한 까닭이었다. 재활로 시즌 중 복귀를 노려볼 수 있었지만,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는 불안 요소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수술을 받고, 2025시즌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이정후가 부상으로 이탈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안타까움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미국 현지 언론들. 그러나 2024시즌이 끝나고, 이정후가 복귀를 앞두게 되자 조금씩 '압박'을 가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몸 관리에 소홀했던 것도, 어처구니 없는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정후가 돌아온 뒤에는 반드시 '몸값'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큰 돈을 받은 프로 선수에게는 당연하게 따라붙는 '무게감', '책임감'인 셈이었다.
그러나 23일 경기에서 이정후의 모습을 확인한 뒤 미국 언론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라이브BP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이정후는 이날 1회초 2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33승의 타일러 말리와 맞붙었다. 그리고 초구 92.3마일(약 148.5km)의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벼락같이 스윙했고,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엔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펴졌다.
이 타구는 이정후의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안타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무려 105.1마일(약 169.1km)의 속도로 뻗어나간 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됐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과 '더 머큐리 뉴스'를 비롯한 복수 언론사의 기자들은 깜짝 놀란 듯 기자실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정후의 타구 속도 '105마일'을 외치며 감탄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외신 기자들을 더우 놀라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1회말이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좋은 안타를 만들어낸 뒤 수비에 들어선 이정후. 그런데 텍사스 '리드오프' 에반 카터가 친 타구가 103.7마일(약 166.9km)의 엄청난 속도로 중견수 방면을 향했다. 이때 이정후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타구를 쫓았고, 가운데 담장 앞까지 향한 뒤 타구를 잡아냈다. 지난해 5월 부상을 당했던 상황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지만, 엄청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큰 무리 없이 장타성 타구를 지워냈다.
이에 다시 한번 미국 기자들이 동요했다. 지난해 5월 부상을 당했던 장면과 흡사한 순간이었기에 놀랐던 것도 있었지만, 안타성 타구를 호수비로 지워낸 것에 대한 감탄의 의미가 더 컸다. 이정후는 첫 안타와 수비만으로 자신이 돌아왔음을 제대로 알린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오래 쉰 선수가 모든 공을 잘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첫 타석에서 초구에 안타를 쳤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캠프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호수비 장면에 대해선 "(부상을 당했을 때와) 확실히 같은 장소였다. 라이언 크리스텐슨 벤치 코치에게 '천천히, 천천히'라고 말할 뻔했다. 왜냐하면 이정후가 펜스에 부딪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후는 좌중간으로 향한 첫 타구에 정말 좋은 플레이를 했다. 타구가 뜬 것을 봤을 때 이미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정말 성공적인 하루였다"고 활짝 웃었다.
이정후도 아직 실전 감각을 되찾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첫 경기부터 성과들이 나온 만큼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정후는 "수비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 그런데 피터슨 선수가 쳤을 때 조금 위험할 뻔했지만, 잘 대처했다. 타구가 잘 맞은 줄 알고 서 있었는데, 생각보다 타구가 안 오더라. 그래서 빠르게 대쉬를 했는데, 티 안났죠?"라고 농담하며 "첫 경기이지만,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은 다 했던 것 같다. 오늘 너무 재밌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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