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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타이난(대만) 김진성 기자] “한국이 대만에 패한 건 비극 아니다.”
프리미어12 챔피언 대만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대만은 23일(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서 니카라과에 0-6으로 완패했다. 21일 스페인에 5-12로 패배한 데 이어 또 한번의 쇼크다.
대만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최하위를 기록하며 2026년 대회 예선부터 치르고 있다. 지난 12~13일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두 차례 연습경기서 4-3, 7-3으로 이기며 기세 등등했다. 그러나 막상 본 게임이 되자 기를 펴지 못한다.
스페인에 패배한 뒤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9-1로 잡고 한 숨 돌리는 듯했다. 아니었다. 대만은 니카라과에 완패하며 1승2패로 풀리그를 마쳤다. 니카라과는 3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2승1패의 스페인과 1승2패의 대만이 25일 플레이오프를 치러 승자가 역시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다시 말해 대만은 25일 스페인만 이기면 자존심을 구기더라도 최악의 결과는 면한다. 내년 WBC에 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만이 이번 대회서 경기력이 너무 안 좋다는 점이다. 스페인과 니카라과에 18점을 내줄 정도로 투수력이 불안하다.
니카라과에는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출신 창유청이 4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 홀로 3안타를 몰아쳤다. 다른 타자들은 단체로 침묵했다. 그러나 창유청도 웃을 순 없었다. 1회 결정적 실책으로 선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6회에도 1사 1루서 벤자민 알레그리아가 2루 도루를 시도하자 대만 포수 치앙 샤오 헝이 송구 실책을 범해 알레그리아를 3루에 보내줬다. 니카라과는 후속 프레디 자모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0으로 도망갔다. 타선이 묶인 가운데 매우 치명적인 실점이었다. 결국 대만은 9회에 쐐기 3실점하며 무너졌다.
대만이 현재의 페이스라면 25일 다시 만날 스페인을 이긴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스페인은 간판만 스페인이지 WBC 대회규정에 따라 실제 순수 스페인 국적의 선수는 거의 없다. 대만은 스페인을 이긴다고 해도 프리미어12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에 이미 상당히 금이 갔다.
대만과 두 차례 맞붙어 본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지난주 대만 타이난 아시아 태평양 국제 야구훈련센터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면서 대만을 두고 “글쎄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대만이 일본을 앞서는 것 같지 않다”라고 했다. 김용희 2군 감독도 우리나라가 베스트로 전력을 꾸리면 대만에 밀리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대만 SETN은 2024시즌 KBO리그 하위권의 롯데를 두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해 “한국이 대만에 패배한 건 더 이상 비극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 대만매체들의 논평은 분명 도를 지나쳤다. 따지고 보면 그때부터 대만의 몰락은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김태형 감독이나 김용희 2군 감독도 대만야구의 성장은 분명히 인정했다. 한국이 더 이상 대만을 쉽게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만이 프리미어12서 한국에 이어 일본마저 도쿄돔에서 무너뜨린 건 ‘절대 에이스’ 린위민의 존재감이 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린위민 배출 자체가 대만의 경쟁력을 의미하지만, 린위민이 없다면? 이미 이번 대회서 민낯이 드러났다.
타이난(대만)=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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