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정부는 의료 수가와 약가를 주요하게는 2가지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고, 동시에 국민건강보험제도 운영 건전성을 위해서다.
다시 말해 건강보험에서 떠맡아야 할 부담(급여)이 너무 커서도 안 되고, 동시에 국민이 자비 부담(비급여)시에도 너무 비싸 치료를 못 받을 정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 누구나 제때 치료받고 약을 사 먹으려면 가격 접근성이 높아야겠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호하는 방식은 수가·약가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약품 가격이 낮게 책정되면 제약·바이오업계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구태의연한 논쟁이지만 최근 또다시 약가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성장의 걸림돌로 정부 약가 인하 정책을 꼽는다. 기업이 적정이익을 획득할 수 있어야 산업이 유지·발전된다는 자본주의적 발상에 기인한다. 지난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정책 시행 이후 기존까지 매년 10%씩 성장해왔던 제약바이오업계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의약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민건강이라는 대의명분을 전복하기 쉽지 않다.
이렇자 제약바이오업계는 약가 인하가 실제로는 정책 목표와 달리 건강 재정이나 국민이 부담하는 약품 비용을 오히려 높였다는 주장을 펼친다. 약가 일괄 인하 정책 시행 이후 단기적으로는 줄어드는 듯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늘어나는데 개별기업이 포트폴리오를 변경해 급여 항목 줄이고 비급여 약품을 늘리는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 사례로 약품 공급 부족현상도 불려나온다. 최근 분만 유도제나 감기약 부족 현상과 같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약가 부담 때문에 해당 기업이 생산을 포기하거나 축소해서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R&D(연구·개발)에 투자할 비용을 확보하고, 신약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이상 수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두 번째 주장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다른 산업 분야로 눈을 돌려보면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정부 규제가 없는 경우에도 사기업이 가격 인상이나 수익 증대를 위해 기존 제품을 단종시키고 새제품으로 포장해 출시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지 않은가.
약가 인하로 R&D 투자에 애로사항이 있다면 정부는 마땅히 반대급부로 국민건강과 산업 발전을 위해 상응하는 지원과 보상을 마련해야겠다. 당장 돈이 없어서야 신약 개발을 이어가기 어렵다. 또한 약가 정책 때문에 신약 제품 출시 후 적정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면 실패 위험성까지 감수하고 장기간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는 게 바보짓이 되지 않겠는가.
업계에서는 신약에 대해 지원과 더불어 출시 이후 각종 규제를 유예해 주기를 건의하고 있는데 이는 합리적인 주장이겠다.
아직 대한민국은 연간 매출 1조원(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없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자가면역치료제 램시마가 첫 1조 클럽에 들었지만, 업계는 오는 2028년을 전후해 2~3개 K-블록버스터 신약의 탄생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이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듯이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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