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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정말 기쁘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맞대결에 유격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3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범경기 타율이 0.071에 불과했던 김혜성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경기 출발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 자신에게 향한 첫 번째 타구 때 1루 주자였던 이정후를 2루에서 살려주게 된 까닭. 이정후가 세이프 판정을 얻어내기 위해 전력으로 내달린 것도 있지만, 김혜성의 다소 느슨했던 수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김혜성은 주눅들지 않았다. 곧바로 공격에서 아쉬운 수비를 완벽하게 만회했다. 김혜성은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번째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의 트리스탄 벡을 상대로 5구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시범경기 세 번째 출루. 이후 김혜성은 후속타자 그리핀 락우드-파웰의 안타에 홈을 향해 내달린 결과 시범경기 첫 번째 득점을 손에 쥐었다.
김혜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은 1-2로 뒤진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바뀐 투수 메이슨 블랙과 맞붙은 김혜성은 초구 91.6마일(약 147.4km)의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타구는 예상했던 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비롯해 동료들은 김혜성의 홈런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축하 세례를 쏟아냈다. 그리고 김혜성도 모처럼 활짝 웃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다만 세 번째 타석에서 결과는 좋지 않았다. 7회말 무사 1루에서 2루수 땅볼에 그쳤던 까닭. 그래도 김혜성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병살타를 모면했고, 다시 한번 후속타자의 안타에 홈을 파고들면서 3득점 경기를 선보였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경기가 끝난 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늘 김혜성의 홈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김혜성은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볼넷도 골랐고, 그에게 좋은 하루가 됐다"며 "홈런으로 부담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바라고 있다. 다른 나라, 다른 수준의 야구계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는 훌륭한 경쟁을 하고 있다. 아직 성장의 여지가 있고, 많은 가능성이 있다.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혜성도 이날 첫 홈런의 기쁨을 만끽했다. '디 애슬레틱'의 파비안 알다야에 따르면 김혜성은 "홈런을 쳤기 때문에 가능한 인터뷰를 많이 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스포니치 아넥스'에 의하면 김혜성은 "첫 배럴 타구의 느낌이었기 때문에 기쁘다. 의미가 있는 홈런이다. 정말 기쁘다"며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려는 생각이었고, 결과적으로 초구를 홈런으로 만들었다"고 홈런 장면을 돌아봤다.
특히 타격폼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한 방이었다. 김혜성은 "(애런 베이츠) 타격 코치님은 항상 내게 투수에 대해 어떤 접근방법을 취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지금은 파워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하체의 사용 방법을 크게 바꿨다. 이게 지금까지의 조정의 키(Key)"라고 설명했다.
아직 메이저리그 수준의 야구에는 적응하는 과정이지만, 다저스 선수로서 팀에 대한 적응은 끝났다는 것이 김혜성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미겔 로하스는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를 비롯해 김혜성을 함께 불러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는 로하스를 제외하면 모두 동양인 선수들만 모였던 자리였다. 그리고 자신의 SNS에 '가족(Family)'라는 글과 함께 모두가 같이 찍은 사진을 게제했다.
김혜성은 "오타니 선수에게는 야구에 대해 많이 질문을 했는데,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해주더라. 정말 좋았다"며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시크릿"이라고 말을 아꼈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 만큼 김혜성은 '절친' 이정후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라고. 이날 홈런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김혜성이 가져갔지만, 이정후도 두 개의 안타를 터뜨리는 등 선취점을 뽑아내는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김혜성은 "(미국에 온 뒤) 정후와 만난 것은 오늘이 두 번째"라며 "오늘 밤은 함께 한식 레스토랑에 갈 예정"이라고 함박미소를 지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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