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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운명의 8연전이 시작된다.
김혜성(26, LA 다저스)에게 4일(이하 한국시각)은 모처럼 한숨 돌린 날이었다. 물론 김혜성이 다저스가 지금까지 치른 모든 시범경기에 나간 건 아니다. 그러나 출근도 하지 않고 완전히 쉰 건 지난달 21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작 후 처음이었다.
김혜성은 다저스가 치른 12경기 중 8경기에 나갔다. 17타수 2안타 타율 0.118 1홈런 1타점 3득점 OPS 0.544. 사실 주전이라면 이 수치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김혜성의 3+2년 2200만달러 계약은 초호화군단 다저스에선 가장 작은 규모다.
즉, 다저스는 김혜성을 긴 호흡으로 지켜보며 어지간해선 유용하게 쓰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니라고 판단하면 3년 계약 후 인연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비단 다저스라서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자체가 이른바 ‘정글 오브 정글’이다.
다저스는 김혜성의 수비력과 기동력은 의심을 안 한다. 문제는 타격이다. 스프링캠프가 소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격폼 개조를 권유했다. 방망이를 든 위치가 어깨에서 가슴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다리 움직임은 거의 사라졌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레크 킥을 크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다리는 들었다. 그러나 현재 김혜성은 중심이동 과정에서 다리의 움직임이 작은 편이다.
히팅포인트까지 최대한 빨리 가고자 한다. 크게 치기보다 간결하고 강하게 방망이 중심에 맞추겠다는 생각이다. 몸의 움직임이 적기 때문에 홈플레이트에 빠르게 도달하는 공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이 타격 자세와 매커닉이 자리를 잡으면, 분명 효과를 볼 전망이다.
애석한 건 그 적응을 단 8경기만에 하는 게 사실상 말이 안 된다는 점이다. 다저스는 5일 신시내티 레즈전부터 도쿄에 가기 전에 8경기 남았다. 김혜성이 이 8경기에 전부 나가도 합계 16경기다. 타격폼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바꾸는데 16경기만에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가혹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마이너 거부권이 없는 김혜성은 다저스로선 부담 없이 마이너리그에 보낼 수 있는 선수다. 김혜성의 적응을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더라도, 그것을 메이저리그에서 기약 없이 한다면 다저스로선 받아들일 수 없을 수 있다. 다저스는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이미 미국 언론들은 다저스의 2루를 취약 포지션으로 분류했다.
결국 김혜성은 앞으로 8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다저스는 5일 신시내티전을 시작으로 6일 LA 에인절스, 7일 텍사스 레인저스, 8일 시애틀 매리너스, 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10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1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12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맞붙는다.
이후 14일에 잡힌 시카고 컵스전은 유망주들의 게임. 다저스는 12일 클리블랜드전을 마치면 도쿄돔에 갈 선수들을 최종 확정할 것이다. 도쿄에 가더라도 15~16일에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즈와 평가전 직후 택시 스쿼드로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그건 두 번째 문제다. 김혜성은 우선 도쿄행 티켓부터 받는 게 우선이다.
마이너리그에 갔다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도 안 되는 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잘 할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그러나 그 또한 알 수 없는 일이다. 김혜성으로선 어떻게든 메이저리그에 오래 붙어있고 싶을 것이다.
운명의 8연전이다. 김혜성이 8경기 전부 나가지도 못할 테니,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1할대 타율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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