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가자] “아침까지 고민하고, 야구장에 와서 또 고민하고.”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김도영의 중, 고교 시절 라이벌이자 올해 1군에서 꼭 전천후 백업으로 정착시키기로 마음을 먹은 윤도현을 2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2군에 보냈다.
윤도현은 김도영이 승승장구하던 지난날 부상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2022년 입단 후 3년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쉬거나 2군에서 재활게임을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 윤도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선 큰 부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만큼은 윤도현을 1군 붙박이 백업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갖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지휘했다. 타격재능만큼은 김도영급이란 평가를 받아온 선수였다. 실제 26일 광주 키움전서 2루타를 두 방이나 터트리며 만만찮은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내야 전천후, 슈퍼백업. 주전으로 뛰기에 KIA 라인업이 너무나도 탄탄하다. 타격을 보고 키우는 선수지만, 팀에서 주어진 롤은 수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윤도현은 수비를 못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아주 빼어난 수준은 아니다.
결국 이범호 감독은 윤도현을 1군에 넣고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을 쌓으면서 서서히 수비력까지 끌어올리는 그림을 그렸다. 어쨌든 더 이상 2군에서 타격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군에서 언젠가 주전을 해야 할 선수인 건 확실하다.
그런데 김도영이 개막전, 박찬호가 25일 광주 키움전서 잇따라 부상으로 쓰러졌다. 박찬호야 열흘만 지나면 돌아오지만 김도영은 4월 복귀 자체가 불투명하다. 결국 윤도현이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면서 주전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윤도현은 2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과 26일 광주 키움전서 3루수와 유격수로 각각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수비에선 다소 불안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특히 26일 경기서는 포구 실책 하나로 빅이닝을 헌납하는 일이 있었다. 경기흐름이 넘어갔던 게 사실이다.
이범호 감독은 26일 경기서 윤도현을 보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결국 장고 끝에 27일 경기를 앞두고 윤도현을 1군에서 말소했다. 알고 보니 윤도현이 수비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실책 했다고 문책성으로 2군에 보낸 게 아닌, 철저히 윤도현을 위한 결단이다. 팀 사정을 감안하면 내야수가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중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공을 던지는 것에 프레스가 있는 것 같다. 공격력은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메워주고 있는데, 도현이가 지금 스타팅으로 나가야 한다. 수비에 프레스가 있는 것 같아서 (코치들과)상의했다. 어차피 투수 한 명(27일 선발 김도현)이 올라와서 한 명을 내려야 하니, 도현이가 프레스 많아서 경기에 나가면 실수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봤다. 퓨처스에서 게임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라고 했다.
작년에도 그런 모습을 봤다는 게 이범호 감독 회상이다. “작년에도 그런 모습이 있었다. 아직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뛴 선수가 아니다. 수비할 때 실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심리적인 어려움이 길어지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계속 놔두고 풀어가게 했는데 지금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최소실점을 하고 가야 한다. 안 나와야 하는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변)우혁이를 3루에서 좀 더 사용하고 (박)찬호가 돌아올 때까지 안정적 수비하는 방향으로 가야 이길 확률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윤도현을 따로 불러서 설명해줬다. 이범호 감독은 “지금은 빼는 게 안정적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그러나 윤도현을 올해 1군에 안착을 시켜 장기적으로 간판타자로 키우겠다는 구상에는 변함없다. 퓨처스리그에서 수비 스트레스를 떨쳐내는지가 관건이다.
이범호 감독은 “앞으로 해줘야 하는 선수이고, 뛰어 줘야 하는 선수다. 지금 내야수가 2명 빠졌다. 도현이까지 흔들리면 우리도 올 시즌에 안 좋을 수 있다. 오늘아침(27일)까지 투수 한 명을 올리면서 고민 고민하고, 야구장에 나와서도 고민했다. 쉽지 않은 판단이었다. 안 좋아지면 선수도 데미지가 있을 수 것 같다. 선수를 넣고 빼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선택에 힘든 상황이 있었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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