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믿기지 않아요"
SSG 랜더스 김건우는 2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4⅓이닝 동안 투구수 65구,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데뷔 첫 승을 수확했다.
김건우는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 와이번스(現 SSG 랜더스)의 1차 지명을 받은 선수로 2021년 처음 밟은 1군 무대에서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4.91, 2022시즌에는 2경기 평균자책점 9.00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이숭용 감독이 김건우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김건우는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으나, 끝내 한 자리를 손에 넣진 못했다.
특히 김건우는 지난 22일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는 마운드에 올랐으나,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날만큼은 달랐다. 선발 박종훈이 3⅔이닝 2실점(2자책)으로 마운드를 내려간 뒤 바통을 이어받은 김건우는 0-2로 뒤진 4회초 2사 1루에서 첫 타자 윤동희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어 나온 정훈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시작했다.
이후 투구는 무결점 그 자체였다. 김건우는 5회 나승엽을 1루수 땅볼, 빅터 레이예스를 삼진, 전준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묶더니, 6회 손호영-박승욱-전민재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을 꽁꽁 묶었다. 그리고 7회 다시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레이예스를 병살타로 잡아내는 등 실점 없이 롯데의 공격을 막아내며 4⅓이닝 무실점을 완성, 승리 요건을 확보했다.
그리고 최고의 하루가 완성됐다. 9회 경기를 매듭짓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조병현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으나, 롯데 공격을 막아내면서 마침내 김건우의 데뷔 첫 승리가 만들어졌다. 비록 선발 승리는 아니었지만, 선발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에 경기가 끝난 뒤 SSG 선수들은 김건우의 방송사 인터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물 폭탄 세례를 안기며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유망주의 첫 승을 축하했다.
경기가 끝난 뒤 흠뻑 젖은 채 취재진과 만난 김건우는 "첫 승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 5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승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사실 승리에 대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팀 승리가 될 수 있게 '이끌어야겠다. 분위기는 안 넘겨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좋은 투구가 나왔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렇게 잘 던질 수 있는데, 두산전에서는 왜 아쉬운 모습을 남겼던 것일까. 그는 "그날 나 자신에게 실망을 했다. 안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긴장이 많이 됐다. 때문에 좋은 투구가 나오지 않았다. 빨리 만회하고 싶었는데, 이 경기를 통해 만회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이전까지는 타자에게 안 맞기 위해서 1구부터 100구까지 다 삼진을 잡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 최대한 빨리 배트에 맞히기 위해 공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SSG 랜더스필드에는 김건우의 가족들이 방문했다. 데뷔 첫 승리를 가족 앞에서 한 만큼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동료들의 물 폭탄 축하에 대해 "기분이 너무 좋고, (로진이 등이 들어가서) 귀가 잘 안 들리지만 되게 좋다. 오늘 부모님이 경기를 보러 오셨는데, 이 기분을 가장 먼저 전달하고 싶다"며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 중 몇 번째가 될 것 같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첫 번째"라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김광현은 이날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김건우를 꽉 껴안아주기도 했다. 김건우는 "많이 감동이었고, 뭉클하기도 했다. 우상으로 바라봤던 선배님인데, 같은 팀에서 야구를 하고 이렇게 축하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첫 승이 조금 오래 걸린 것 같지만, 앞으로 더 많이 쌓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5선발 경쟁에서는 밀려났지만, 이날 투구가 김건우의 보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김건우는 속단하지 않았다. 그는 "5선발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지금은 형들이 더 잘하기 때문에 그 위치에 갔다. 나는 중간에서 분위기를 안 뺏기게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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