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이정원 기자] "사람 죽으라는 법 없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종수에게 2025년 3월 29일은 어떤 하루로 기억될까.
김종수는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진행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1⅔이닝 2사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김종수가 리그에서 승리를 챙긴 건 2022년 6월 28일 대전 SSG 랜더스전(⅓이닝 무실점) 이후 무려 1005일 만이다.
김종수는 팀이 3-4로 뒤지던 7회 1아웃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권민규에 이어 올라왔다.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주며 시작했으나, 최형우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종수는 패트릭 위즈덤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우성 타석에서 또 한 번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주자를 지웠다. 이후 한준수를 1루 땅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8회말 안치홍의 2타점 역전타가 터지면서 김종수에게 승리를 챙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고, 9회초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 지으면서 한화는 물론 김종수에게도 승리가 따라왔다.
경기 후 김종수는 "결과가 좋았지, 과정이 좋았던 투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야수들에게 고맙다. 또 우리의 기운이 세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사실 병살타를 만드는 것도 타구 스피드도 있고, 야수들도 도와줘야 가능하다. 불펜 투수가 병살타 2개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덕수중-울산공고 출신으로 2013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74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은 김종수는 비교적 늦은 2018년에 1군 데뷔의 꿈을 이뤘다. 이유가 있었다. 2014년 처음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2017년에는 두 차례 그리고 2023시즌 개막 직전에도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프로 입단 후에 팔꿈치 수술만 4번이었다.
부상만 없다면 한화 불펜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선수. 2019시즌 35경기(31이닝) 2승 평균자책 5.81, 2020시즌 54경기(50이닝) 1승 1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 5.94, 2021시즌 49경기(46⅔이닝) 1승 1패 6홀드 평균자책 4.82, 2022시즌 52경기(45이닝) 3승 4패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 4.40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시즌과 2024시즌에는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울컥한 김종수는 "정말 의미가 있는 1승이다. 이런 순간을 상상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왔다. 그래서 모든 순간이 뜻깊다"라며 "듣기 지겨울 수 있지만 김재민 트레이닝 코치님에게 감사하다. 코치님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생각난다. 정말 누구 하나 손꼽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한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한 미래와 '다시 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제일 힘들었다. 던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데, 팔이 아프니 그 부분이 힘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안치홍의 역전타가 나오는 순간, 자신에게 승리투수가 될 기회가 왔다는 걸 느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김종수는 "'이게 된다고?'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웃으며 "치홍이 형이 몸도 안 좋은데, 역시 베테랑은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김)서현이가 9회 점수를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미소 지었다.
1군 복귀 시즌에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3경기(3⅔이닝) 1승 평균자책 0을 기록 중이다.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1⅓이닝) 1홀드 평균자책 0으로 좋았다.
김종수는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다'라는 말을 항상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최악의 상황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 =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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