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아, 작년에 너무 도움을 많이 받았구나"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2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8구,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지난해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던 원태인은 한국시리즈를 치르던 중 오른쪽 어깨 관전 와순 손상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최대한 공을 늦게 던지면서 회복에 집중했는데,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던 중 또다시 투구를 멈췄다. 개막 시리즈에 원태인이 등판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악재였지만, 다행인 것은 4월이 지나기 전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원태인이 29일 두산을 상대로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대신 '제한'은 걸려 있었다. 박진만 감독은 원태인의 등판을 두고 이닝을 최우선으로 삼을 뜻을 밝혔다. 투구수가 적더라도 5이닝에서 원태인을 교체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투구수가 80구를 넘어가게 된다면 5이닝을 던지지 않더라도 불펜을 가동할 뜻을 밝혔는데, 원태인은 정해진 투구수 내에서 최소 실점의 투구를 선보였다.
1회말 선두타자 김민석에게 평범한 땅볼을 유도했으나, 1루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낸 채 경기를 시작한 원태인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두산 타선을 묶어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양의지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양석환과 박준영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3회에는 이유찬-정수빈-김민석으로 연결되는 두산의 타선을 꽁꽁 묶었다.
첫 실점은 3회였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149km 직구를 공략당해 중견수 방면에 2루타를 허용한 것. 그리고 갑작스럽게 흔들린 원태인은 후속타자 강승호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제이크 케이브에게는 초구 148km 직구를 던졌으나, 이는 중견수 방면에 적시타로 이어졌고, 양의지에게는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4회에만 두 점을 내줬다. 그래도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원태인은 5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원태인은 첫 타자 이유찬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후 정수빈에게 내야 안타를 맞았지만, 이어 나온 김민석을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이닝을 매듭지으며 기존에 예정돼 있던 5이닝 투구를 모두 마무리했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시점에서 원태인은 패전 위기였지만, 7회 삼성 타선이 무려 8점을 쓸어 담으며 역전에 성공했고, 원태인은 시즌 첫 등판을 '노 디시전'으로 마쳤다.
이날 서울은 두꺼운 외투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야외에서 방송사 인터뷰를 마치고 실내에서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공 던질 때도 이렇게 추웠느냐'는 말에 "2~3회까지는 버틸만했는데, 해가 지니까 진짜 너무 추웠다. 외로운 싸움이었다"고 웃으며 '가을야구를 하는 것 같았다'고 하자 "겨울 야구를 한 것 같다. 한국시리즈보다 훨씬 추웠던 것 같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오랜만에 야구를 해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의 등판은 어땠을까. 원태인은 "투구수 제한도 있었고, 그 투구수 안에서 5이닝을 꼭 소화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잘 마무리를 하고 내려온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생각한다"며 "구속이나 이런 것들도 너무 만족한다. 오늘 날씨도 추워서, 세게 던지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안 다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힘을 많이 쓰지 않는 피칭을 하고자 하고 올라갔는데, 구속이 너무 잘 나오더라. '150km도 던질 수 있겠는데?'하고 던졌더니 150km가 나오더라"고 만족해했다.
지금의 이 시기에 원태인이 150km를 마크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그는 "시즌 첫 경기부터 150km를 던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구속도 너무 빨리 올라와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올 시즌이 더 기대가 되는 것 같다. 다만 4회에 2루타는 맞을 수 있지만, 그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인 것 같다. 최소 실점으로 막고 싶었고, 투수전이다 보니 한 점도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던 것이 안 좋게 된 것 같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몸 상태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지만, 투구를 중단하면서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원태인은 "팔 상태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 그러나 캠프에서 실전을 한 번도 못하면서 페이스적인 것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다. 오늘 경기 전까지 실전을 한 번밖에 못하고 1군 복귀전을 치른 것이라 감각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1회 실책이 나온 상황을 넘기고 나니 2회부터는 원래대로 돌아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5승을 수확하며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던 원태인. 올 시즌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오늘 더그아웃에서 '내가 내려가고 7회에 점수가 날 것'이라고 말을 했다. 7승을 했던 23년에 항상 이랬다. 그래도 작년에 너무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다승왕이라는 업적도 올렸다. 올해는 욕심 업이 내 등판에 팀이 이긴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오늘도 내가 내려오고 나서 역전이 되는 것을 보고 '아, 작년에 너무 도움을 많이 받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역전을 해주고 패전을 면해줘서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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