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큰 차이는 없다.”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가 ABS 시대에 확실히 유리한 형국이다. 올해 ABS가 약간 하향조정되면서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포수가 미트를 거의 땅에 대고 잡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타자들이 여전히 납득을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키움 히어로즈 뉴 페이스 케니 로젠버그(30)은 커브를 구사하는 좌완이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닌 두 종류의 커브다. 그립이 다른 건 아니다. 대신 팔 높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실 타자들이 이걸 알아도 대처하기 쉽지 않다. 구속 차를 두기 때문에 알면서도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로젠버그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3이닝 8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4사사구 8실점으로 부진했다. 너무 떨렸다는 반응이 들렸다. 그러나 28일 고척 SSG 랜더스전서는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제 몫을 하며 KBO리그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기본적으로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데뷔전보다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커브의 구속 차가 엄청났다. 키움이 제공한 투구분석표에는 커브 11개, 슬러브 3개였다. 그런데 그 3개의 슬러브가 일명 ‘빠른 커브’다. 이날 최저 125km였고, 최고 131km까지 나왔다. 보통의 커브는 최저 114km부터 최고 125km까지.
결국 로젠버그는 커브만으로도 최고 17km 편차를 냈다. 본인은 3~6마일, 그러니까 최고 10km 수준의 차이라고 했지만, 두 구종을 종합하면 구속 차는 그 이상임이 드러났다. 실제 6회초 선두타자 박지환을 상대했을 때, 초구 123km 커브였고, 2구는 116km 커브였다.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고, 박지환의 방망이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단, 후속타자 최지훈이 로젠버그의 초구 117km 커브를 받아쳐 우중간안타를 쳤다.
타자들은 기본적으로 커브의 떨어지는 높이와 ABS의 콜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여기에 구속으로도 혼란을 줄 수 있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로젠버그는 “2023년부터 빠른 커브를 습득하려고 했다. 우타자를 상대하는데 효과적이다. 커브를 두 종류로 던지니 피치디자인을 설정할 때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보통의 커브는 손에서 빠져나갈 때 큰 낙차를 그린다. 빠른 커브는 직구와 똑 같은 높이에서 출발한다. 그 차이가 타자들에게 커브를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타자 입장에선 직구 타이밍으로 나가다 흔히 말하는 ‘중 타이밍’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로젠버그는 여기서 다시 한번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스트라이크다. 로젠버그는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어서 내가 유리한 볼카운트를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로케이션도 잘 됐다. 수비로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 선수들에게도 감사하다. 김태진과 이주형이 센터라인에서 수비를 잘 해준다”라고 했다.
추상적이지만, 결국 응집력 있는 투구가 중요하다고 했다. 로젠버그는 “1구, 1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프로 타자들에겐 내가 던지려고 하는 공에 집중력이 떨어지면 무조건 안타를 허용하고 점수를 내주게 돼 있다. 삼성전서 그런 상황이 있었다. 이번 경기에 1구, 1구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라고 했다.
올해 키움은 외국인투수가 로젠버그밖에 없다. 토종 선발진이 최근 4연승 과정에서 좋았지만, 여전히 애버리지는 보장되지 않았다. 올 시즌 로젠버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홈 개막전 승리는 큰 의미가 있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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