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캡틴은 쓰러지지 않는다.
고희진 감독이 지휘하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지난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3차전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6-24, 12-25, 25-19, 25-20)로 승리했다.
이로써 정관장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정관장이 챔프전 무대에 오른 건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 시즌 7년 만에 봄배구의 한을 풀었던 정관장은 올 시즌 챔프전까지 밟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정규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 주포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박은진이 발목 부상을 입으면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 파트의 적극적인 노력 속에 플레이오프를 뛸 수 있었다. 그래서 1차전도 손쉽게 가져왔다.
그러나 2차전 악재가 닥쳤다. 캡틴 세터 염혜선이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것. 경기장에도 오지 못했다. 코트의 야전 사령관 공백은 어쩔 수 없었다. 김채나와 안예림이 최선을 다했으나 공백을 메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정관장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완패했다.
염혜선의 무릎은 시즌 초반에도 좋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결장한 경기도 있었다. 1차전에서도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 모두의 걱정을 샀다.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무릎이 좋지 않지만 어떻게 올라온 봄배구 무대인데, 책임감으로 무장한 염혜선의 마음은 이미 인천으로 향해 있었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부키리치를 적재적소에 활용했고, 정호영과 박은진 중앙 공격 시도도 적극적이었다. 확실히 주전 세터가 자리를 잡으니 팀도 힘을 낼 수 있었다. 이날 정관장은 메가 26점, 부키리치 15점, 박은진 13점, 정호영이 12점을 올렸다. 좌우는 물론 중앙까지 다 터진 셈이다.
고희진 감독은 올 시즌 전에 팀의 중심을 잡아줄 새로운 주장으로 염혜선을 임명했다. "책임감도 있고, 선수단을 잘 이끌 수 있는 선수"라는 게 당시 고희진 감독의 설명이었다. 한때 기복 있는 토스로 아쉬움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고희진 감독이 가장 믿는 선수다. 염혜선 없는 지금의 정관장은 상상할 수 없다.
염혜선은 지난 21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당시 "올 시즌 우리 선수들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기적과도 같은 시즌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라며 "봄배구 키플레이어는 나다. 내가 흔들리면 안 된다. 내 손에 모든 게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말처럼 봄배구 키플레이어답게 팀을 챔프전으로 올려놓은 염혜선. 그는 올 시즌 여자부 역대 누적 세트 1위에 올랐다. 언젠가 15000세트와 1위에 오르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한 바 있다. 다음은 우승이다. 현대건설에서 뛰던 2015-2016시즌이 마지막 우승이다.
과연 염혜선의 투혼이 챔프전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까.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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