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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다른 보육원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 있다"
두산 베어스 콜 어빈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투구수 96구, 2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3승(1패)째를 손에 넣었다.
이날 경기는 두산과 어빈 입장에서 참 오랜만에 치르는 경기였다. 구조물 낙하로 인해 창원 NC파크에서 인명사고가 발생, 구장 점검으로 인해 15~17일 열릴 예정이었던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이 전격 취소된 까닭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사직구장에서 NC가 홈으로 경기를 치렀지만, LG 트윈스와 홈 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두산의 경우 NC와 잠실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이에 어빈은 지난 9일 첫 패배를 기록했던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9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어빈은 무려 세 개의 볼넷을 내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관록이 넘치는 투구를 뽐냈다. 1회 KIA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경기를 시작한 어빈은 2~3회 각각 1개씩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위기 없이 KIA 타선을 잠재웠다.
어빈은 4회 또한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순항했는데, 5회 첫 실점을 기록했다. 선두타자 이우성을 상대로 던진 2구째 145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형성됐고, 이는 좌월 솔로홈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어빈은 흔들림 없이 후속타자들을 요리했고, 6회에는 처음으로 찾아온 1사 2루의 위기마저 넘어서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어빈은 90구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7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어빈은 첫 타자 최형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으나, 후속타자 이우성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어빈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최지강이 변우혁과 오선우를 'KK'로 묶어내면서, 마침내 어빈의 6⅓이닝 1실점 투구가 완성, 7-1로 승리하면서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어빈은 경기가 끝난 뒤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바로 구조물 낙하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메시지였다. NC파크 사고에 대한 질문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빈은 "NC파크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우리가 쉬게 됐는데, 안타까운 일"이라고 운을 뗀 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빈은 NC파크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 뒤에야 승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 공격력도 좋았고, 수비력도 좋았다. 팀이 승리한 경기였다. 팀원 모두가 경기를 뛰고 싶어하는 열정이 가득했기에 오늘 경기력이 좋았던 것 같다"며 "오늘은 컨디션적으로 한화전(5실점)보다 더 안 좋았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싸움닭으로 변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그 누구보다 온화한 성격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인터뷰를 통해 어빈의 품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봉사활동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빈은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을 다닌 것들로 유명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어빈은 최근 아내와 함께 보육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의 시간을 가진 것이 화제가 됐다.
어빈은 "기독교 교인으로서 한국에서 뛰고 있지만, 지역 사회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보육원을 찾아다니면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보육원뿐만 아니라 다른 보육원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 있다. 그리고 허가만 된다면, 야구장에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어빈은 아직 100%가 아니다. 더 좋아질 모습을 남겨두고 있는 셈. 그는 "8일 동안 쉬었는데, 그 기간을 통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서 몸 관리를 철저히 했다. 오늘도 최대한 아웃카운트를 많이 잡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막아보면서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나는 경기에 나가면 '한 경기를 끝내자'는 생각으로 등판한다. 아직 완봉이나, 완투를 한 적이 없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고, 앞으로 한 번쯤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성에 실력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어빈은 두산의 에이스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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