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그 이유를 오늘도 증명했다"
한화 이글스 김서현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투구수 14구,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6호 세이브를 손에 쥐었다.
한화 타선이 1회부터 무려 5점을 뽑아냈고, 2회에도 한 점을 보태면서 경기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추가점이 나오지 않고, 롯데에게 추격을 허용하면서 어느새 점수차는 2점까지 좁혀졌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기가 매듭지어지기 전까지도 한화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서현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6-4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첫 타자 전준우를 상대로 154km의 빠른 볼을 뿌려 유격수 땅볼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그런데 후속타자 빅터 레이예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갑작스럽게 흔들리더니, 이어 나온 나승엽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직구와 슬라이더가 모두 마음먹은 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결과는 완벽했다. 김서현은 1, 2루에서 1군 복귀 후 감이 좋은 윤동희를 상대로 2B-1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로 137km 슬라이더를 선택,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실점 없이 경기를 매듭지었다. 그 결과 한화는 662일 만에 8연승을 질주했고, 구단 최초의 역사인 8경기 연속 선발승이라는 기록까지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김서현 또한 개막 후 13경기 연속 무실점도 마찬가지.
지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유니폼을 입은 김서현은 서울고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150km를 가뿐히 넘는 재능 덕분. 메이저리그에서도 김서현을 집중 관찰할 정도였다. 하지만 김서현은 데뷔 첫 시즌 20경기에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로 아쉬운 스타트를 끊었는데, 지난해 김경문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 속에서 본격 알을 깨기 시작했다.
지난해 37경기에서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김서현은 올해도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뒷문의 불안함 속에서 마무리의 보직을 맡게 됐고, 어느새 1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1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 중이다. 어떻게든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 김서현에게 마운드를 넘기기만 한다면, 한화의 승리와 직결되고 있다.
23일 6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12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2실점(2자책)으로 롯데의 타선을 잠재우며, 8경기 연속 선발승이라는 구단 최초의 기록을 앞두고 있었던 '대전예수' 라이언 와이스는 경기가 끝난 뒤 김서현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2점차의 근소한 리드, 9회말 위기가 찾아왔지만, 김서현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와이스는 "병살로 잡을지는 몰랐는데, 나는 믿고 있었다. 김서현이 어떻게든 9회를 막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김서현이 우리 팀의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을 맡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오늘도 증명했고,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동료들은 김서현이 항상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라올 때마다 믿고 있다"고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지금의 퍼펙트 한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한화가 8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배경엔 김서현의 완벽한 뒷문 단속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마추어 시절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눈독을 들였던 재능이 만개하고 있는 시즌이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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