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가 FA로 온 선수도 아니고.”
키움 히어로즈가 예상대로 고전한다. 객관적 전력이 약한 팀인데 김혜성(26,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마저 빠져나갔다. 주축들이 다치면 안 되는데 특급신 정현우(19)가 어깨염증으로 1개월간, 야시엘 푸이그(35) 역시 어깨부상으로 당분간 못 뛴다.
애버리지가 떨어지거나 확실치 않은 선수가 많은 팀. 그래서 신예들의 파격적 기용 속에서 베테랑들도 꾸준히 모았다. 베테랑들 중에서 가장 자기 몫을 확실히 하는 선수는 역시 주전 1루수 최주환(37)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 방출생 출신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선수가 있다. 내야 멀티맨 오선진(36)이다.
오선진은 2024시즌을 마치고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됐다. 그러나 키움이 낚아챘다. 내야에 변수가 많은 이 팀에서, 예상대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다. 강진성, 장필준, 김동엽이 부상과 부진으로 제 몫을 못하지만, 오선진만큼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확실한 주전이 없는 3루수로 가장 많이 나가지만, 유격수로도 뛴다. 심지어 2루와 1루에도 섰다. 22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서는 3안타를 날렸다. 올 시즌 20경기서 26타수 6안타 타율 0.231 3타점 3득점 OPS 0.641.
정작 오선진은 방망이는 1도 신경 안 쓴다.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안다. 그는 23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내가 이 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하고 있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팀에서 필요한 부분이 그것이다. 타격보다 수비를 많이 생각한다. 실수 없이 하려고 생각한다. 타격은 준비 안 했다. 공을 정확히 맞추려고 한다”라고 했다.
사실 오선진도 2017년 한화 이글스에서 65경기서 타율 0.310을 쳤다. 규정타석 3할은 아니지만. 그는 “그런 잠깐 좋은 날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생각 안 하고 팀이 원하는 출루나 진루에 신경 쓴다. 내가 지금 장타력을 막 늘린다고 해서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출루에 포커스를 둔다”라고 했다.
키움은 3루가 구멍이다. 전태현, 여동욱, 어준서 신인 3인방은 가능성과 부족한 점 역시 뚜렷하다. 오선진이 실질적으로 그 부작용을 메우는 카드다. 그는 “키움은 실제로 밖에서 본 키움과 비슷하다. 좋은 젊은 선수가 많다”라고 했다.
젊은 내야수들의 불안한 수비가 아킬레스건인 건 사실이다. 팀 실책 1위의 이유다. 그러나 오선진은 “문찬종 코치님이 젊은 선수들 데리고 일찍 나와서 수비 훈련을 많이 한다. 내가 와서 처음에 본 어린 선수들의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오선진은 그들에게 간혹 양념을 친다. 작은 팁이다. “뭘 많이 얘기한다기보다, 상황마다 어떻게 준비해하면 좋은지 어드바이스를 해준다. 태현이, 준서, 동욱이 셋 다 능력이 좋은 친구들이다. 고졸이다 보니 강한 타구를 많이 못 봤다. 당황하기도 하는데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오선진은 “나도 모르게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서 좋아진 것 같다. 수비를 하면서 내 수비가 되게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계속 하면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 핸들링 능력이 좋아졌다. 물론 어릴 땐 연습량을 많이 가져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졌다”라고 했다.
오선진은 젊은 선수들을 받치면서, 팀 경기력을 보수, 조정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그는 “난 일단 즐긴다. 내가 야구를 잘해서 FA로 온 선수도 아니고, 작년에 방출이라는 걸 겪고 새로운 팀에서 하는 입장이다. 경기 많이 나가면 좋은데 이제 야구를 할 날보다 하지 못할 날이 더 많다. 하루하루 즐기려고 한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