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베테랑이 훈련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후배들도 많이 느낄 것이라 봐요"
LG 트윈스의 '최고참' 김진성이 형님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진성과 대화를 나누며 '베테랑'이 지닌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1985년생인 김진성은 올해 40세가 됐다. 불혹의 나이에도 페이스가 남다르다. 21경기에 등판해 무승 1패 11홀드 평균자책점 2.25다. 리그 홀드 단독 1위다.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40홀드를 올릴 수 있다.
지난주 삼성과의 주말 삼연전에서 '헌신'했다. 9일 금요일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됐고, 10일 더블헤더가 편성됐다. 김진성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등판해 각각 1이닝 무실점으로 하루에 2홀드를 적립했다. 코치진은 2차전 휴식을 권했지만, 김진성이 등판을 자원했다.
나이를 잊은 활약의 비결은 철저한 관리다. 김진성은 "절박한 마음가짐이 있으면 몸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저도 운동하기 싫다. 쉬고 싶고 일찍 집에 가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기 싫다. 쉬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까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최형우(KIA 타이거즈)도 고참의 '책임감'을 강조한 바 있다. 최형우는 여러 인터뷰에서 베테랑이 잘해야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했다.
김진성은 "(최)형우 형 인터뷰 저도 봤다. 그 말에 100% 공감한다. 나이 많다고 후배들에게 자리 물려줄 생각 없다. 어린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서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도 그걸 보고 배울 것이다. 베테랑이 훈련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후배들도 많이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요즘 보람을 느끼는 게, 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저를 보고 많이 배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잘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1983년생인 최형우는 올해 리그 최고령 타자가 됐다. 친구 김강민과 추신수가 모두 은퇴를 택했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36경기 125타수 36안타 6홈런 22타점 타율 0.288 OPS 0.91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2루타(11개) 5위, 홈런 14위, 타율 18위, 타점 20위다.
또 다른 1983년생 선수도 큰 울림을 줬다. 최근 두산은 2022시즌을 마지막으로 SSG 랜더스에서 방출됐던 고효준을 영입했다. 당시 고효준은 "현역 연장의 기회를 주신 두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 1일 KT 위즈전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 1볼넷 무실점 홀드를 기록,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최고 구속은 무려 147km/h가 나왔다.
김진성은 "(고)효준이 형이 등판했을 때 집에 안 가고 그거 보고 있었다. 라커에서 혼자 응원했다. 너무 멋있더라"라며 "그런 선배들이 많아야 후배들도 보고 많이 느낄 것이다. 나이로 야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떻게 자기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배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있다고 했다. 김진성은 "(고)효준이 형 리스펙트하고, 응원하고, 많이 느낀다"며 "(노)경은이 형, (우)규민이 형, (고)효준이 형, (오)승환이 형 보고 많이 느낀다. 선배들 보면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도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려 한다. 김진성은 "사생활은 친하게 지낸다. 20살짜리 애들과 장난치고 한다"며 "운동 면에서는 정말 철두철미하게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나태해질 수가 없더라.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면 바로 치고 올라온다"고 답했다.
김진성 자신도 노력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2021시즌 김진성은 평균자책점 7.17로 부진했다. 데뷔 이후 가장 나쁜 성적. 시즌을 마친 뒤 LG로 이적했고, 이듬해 12홀드 평균자책점 3.10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2023년 21홀드, 2024년 27홀드로 2년 연속 커리어 하이를 썼다.
선순환이다. 김진성이 선배들을 보고 배웠듯, 후배들도 김진성을 보고 배운다. 100마디 말로 전할 수 없는 교훈을 눈앞에서 느낄 수 있다. 이런 행동이 모여 팀의 문화를 만든다. 김진성과 같은 베테랑이 필요한 이유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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