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10연승’ 김승기 감독 “설린저, 영구결번해주면 잔류한다고…”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안양 최창환 기자] KGC인삼공사가 새 역사를 썼다. KBL 사상 초유의 플레이오프 10연승 우승을 달성했다.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안양 KGC인삼공사는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84-74로 승리했다.

KGC인삼공사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를 기록하며 2011-2012시즌, 2016-2017시즌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챔프전 스윕은 4번째 사례며, 플레이오프 10연승 우승은 새 역사다.

시드가 높았던 쪽은 KCC다. KCC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반면, KGC인삼공사는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쳐 6강-4강을 거쳐 챔프전에 올랐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경기력은 KGC인삼공사가 우위라는 평가였다. KGC인삼공사는 제러드 설린저 가세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살아났지만, KCC는 4강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러 체력 열세 속에 챔프전을 맞았다.

실제 챔프전에서의 경기력은 KGC인삼공사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KGC인삼공사는 2차전에서만 3점차(77-74) 신승을 거뒀을 뿐, 이외의 3경기에서는 모두 10점차 이상의 완승을 챙겼다. 시리즈 득실점 마진은 11.8득점이었다.

KGC인삼공사는 설린저가 4차전에서 구단 역사상 챔프전 최다인 42득점을 퍼붓는 등 4경기 평균 23.3득점 3점슛 2.3개(성공률 47.4%) 13.8리바운드 5.8어시스트 1.스틸 1블록으로 맹활약했다. 설린저는 이와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기자단 투표에서 86표 가운데 55표를 획득,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됐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종료 후 “내가 잘한 게 아니다. 선수들이 너무 너무 잘했다. 이제는 선수들이 각자 할 능력까지 올라왔다. 감독의 큰 도움 없이도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됐다. 다음 시즌에도 신나는 농구, 좋은 성적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소감은?

“너무 어렵게 정규리그를 치렀다. 팀 분위기도 안 좋았고, ‘내가 많이 잘못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에게 미안했는데,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서 미안한 마음이 덜하다. (우승까지)어렵게 돌아왔는데, 플레이오프는 쉽게 치렀다. 첫 우승할 땐 극적이어서 눈물이 났는데, 2번째 우승은 편해서인지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 정도로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줬다.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잘한 게 아니다. 선수들이 너무 너무 잘했다. 이제는 선수들이 각자 할 능력까지 올라왔다. 감독의 큰 도움 없이도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됐다. 다음 시즌에도 신나는 농구, 좋은 성적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

-설린저가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했다.

“국내선수들도 성장을 많이 했다. 2% 부족했지만, 그 부분을 다 채워줬다. 그걸로 얘기가 된다. (오)세근이도 살려줬다. 능력이 없는 국내선수들이 아니지만, 그동안 외국선수들의 도움을 너무 못 받았다. 설린저 덕분에 국내선수들이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우승에 있어 설린저의 비중은?)5할 정도다. 국내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채워줬다.”

-우승 확정 직전 문성곤을 양희종으로 교체했는데?

“(문)성곤이를 제외하면 모두 고참들이었다. (양)희종이는 3번째 우승인데, 성곤이는 또 할 수 있으니까 교체했다. 선수들이 너무 착해서 그런 부분도 다 이해하고 넘어가줬다.”

-챔프전 개막 전 ‘전창진 감독님과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청출어람’이라고 얘기해주시니 좋다. 유재학, 전창진 감독님은 대단한 분들이다. 프로농구를 휘어잡았다고 할 정도다. 존경하지만, 젊은 감독들이 그 분들을 이겨야 한다. 존경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또 기회가 된다면 이기고 축하를 받고 싶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 감독들이 힘을 냈으면 한다. 나도 나이가 들면, 두 분처럼 올라가서 그런 소리를 하고 싶다.”

-플레이오프에서 고비는?

“없었던 것 같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당황한 적이 없었다. 당황이 안 되더라.”

-설린저 잔류 가능성은?

“설린저는 계속 꼬시고 있다. 영구결번해달라고 해서 다음 시즌에 한 번 더 우승시켜주면 100%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0번을 해주면 다른 번호로 와서 뛰겠다’라고 하더라. 그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설린저를 영입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2년 동안 쉬었다는 건 선수로서 끝이라고 봐야 한다. 살도 쪘고, 부상도 있었는데 재기했다. 욕심이 있을 것이다. 내가 데리고 있는 것보단 빅리그로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나중에 또 기회가 돼 한국에 온다면 나에게 온다고 했다. 한국에 온다면 내가 데리고 농구를 할 것이다(웃음).”

-이재도가 FA 자격을 얻었는데?

“제가 지금 시점에 얘기할 부분이 아니다. 생각이 있을 거라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이)정현이가 나간 후에도 트레이드, 드래프트로 선수를 키워서 다시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었다. 남든, 다른 팀으로 가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남으면 좋겠지만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뛰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나도 선수를 뽑아 열심히 키울 것이다. 조금 부족한 선수를 A급으로 만들고 싶다. 저도 어렸을 때 너무 힘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곤이도, 재도도, 성현이, 준형이도 아직 100%가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왔다. 오세근, 양희종도 보좌를 잘해줬다. 그래서 그들이 잘 컸다. 성현이도 내년이면 FA다.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

-재밌는 농구를 보여줬다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슛 찬스나면 과감하게 던졌으면 한다. 슛 던지는 걸 전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슛에 대한 자신감을 주려고 한다. 득점을 많이 못하거나 실점이 많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지키는 농구하는 걸 싫어한다. 디펜스도, 오펜스도 변칙적인 걸 좋아한다. 앞으로도 선수들이 많이 뛰어다니는, 신나는 농구를 할 것이다.”

[김승기 감독. 사진 = 안양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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