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강지훈 기자] 6일 대구 시민운동장 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은 '타격기계' 김현수를 기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드물었다. 부진에 빠진 간판타자의 정신력을 바짝 조이려는 '엄포'로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7일 이 말은 엄포가 아닌 '현실'이 됐다.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선발 좌익수는 김현수가 아니라 정수빈이었다. 2007년 데뷔 이후 김현수가 포스트시즌에 선발 출장하지 못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일 때도 흔들림없이 출전하던 그였다. 무려 35경기만에 결장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파격'에 가까워 보인 이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팀의 역전패에 따라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후반기 8개 구단 선발 투수 그 누구보다도 위력적인 공을 선보였던 올 시즌 승률왕 차우찬을 4이닝 5실점으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김현수 대신 선발 출장한 정수빈은 톱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볼넷 3개를 골라 3번이나 출루했다. 출루율 6할의 톱 타자를 비난할 이는 없다. 정수빈을 비롯한 상위 타선은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의 부담감을 안고 있는 차우찬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볼넷을 얻어냈다. 5회까지 6안타만으로 5점이나 뽑은 비결이다. 정수빈-오재원-이종욱의 상위 타선이 꾸준히 밥상을 차리고 발야구로 상대 내야진을 흐트려 놓자 클린업듀오 최준석-김동주가 4타점을 올리며 먹어치웠다.
파괴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다양한 작전 구사로 점수를 쥐어짜는 방식은 이날 라인업이 월등했다. 4회말 무사 1,2루에서 차우찬을 강판시킨 오재원의 세이프티 번트가 대표적이었다. 2-2의 팽팽한 균형 속에서 무사 만루를 만든 이 번트는 두산이 이겼다면 하이라이트가 됐을 것이다. 이날 5점은 모두 클린업트리오가 뽑아냈다. 하위 타선이 준플레이오프를 승리로 이끄는 동안 체면을 구겼던 상위 타선이 모처럼 힘을 냈다. 이상적인 타선의 밸런스다.
승리를 거뒀다면 가장 좋았겠으나 김경문 감독은 예상치 못한 카드로 적지에서 기대이상의 경기력을 보이는 수완을 발휘했다. 또한 이날 벤치를 지킨 김현수에게도 큰 자극이 됐을 것이다. 파격은 순간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이날 가능성을 본 파격 라인업에 김현수의 부활이라는 보너스까지 얻는다면 플레이오프 판도는 언제든지 두산이 뒤집을 희망이 있다.
[사진 = 두산 김경문 감독]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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