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2008년 12월. 그에게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 묻자 "10승을 꼭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 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너무 과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그럴만도 했다. 2003년 데뷔 후 2008년까지 6시즌동안 그가 기록한 성적은 13승 20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4.40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0년 12월. 그가 이루고자 했던 10승은 2009년에도, 올시즌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입지는 180도 달라졌다. 당시에는 유망주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변했다. SK 와이번스 좌완 투수 전병두다. 다음은 전병두와의 일문일답.
-소속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적으로 얼마만의 우승인지?
"제가 직접 뛰면서 우승하기에는 초중고와 프로 합쳐서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추)신수형이 있었던 고등학교 1학년(부산고)때 대통령배에서 우승했는데 그 때 저는 볼보이도 하고 심부름도 하고 그랬죠.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요"
-첫 번째 한국시리즈 등판이었다
"평소랑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무덤덤했다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마운드 오를때마다 다 긴장하고 떨렸거든요. 그리고 마운드에 있을 때보다 덕아웃에 있을 때 더 긴장되더라고요"
-우승 순간 기분은?
"'아, 됐다.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시리즈가 쉽게 끝났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다 접전이었던 것 같아요. 3차전에서도 (이)승호 형이 불꽃투를 보여줬고…"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기록했다
"두 타자 잡고 승리투수가 되고 그래서 저한테는 중요한 승리였지만 다른 분들 입장에서 보면 크게 비중있는 승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시즌 뒤 이어진 대만, 일본 프로야구 챔피언간 대결에서도 호투했다 (대만 슝디 1차전 5⅔이닝 무실점, 일본 지바 롯데 3이닝 1실점)
"대만에서 할 때는 조금 위기가 오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나하나 전력으로 던지다보니 6이닝 가까이 던진 것 같아요. 대만 타자들의 경우 덩치가 작아서 우리나라에서보다 조금 편하더라고요.
일본은 잘 치는 선수들이 많아서 조금 더 긴장했었어요. (니시오카 삼진 잡은 부분에 대해 묻자) 그쪽 타자 중에서는 니시오카 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삼진 잡을 때 보니까 별로 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재활 뒤 복귀 첫 등판(5월 25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한 타자도 못 잡고 3실점했다. 이후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는데? (3타자 1피안타 2볼넷 2와일드피치)
"핑계지만 그 때는 땅이 너무 안좋아서 제 공을 하나도 못 던졌어요. 근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더라고요. 감독님께 말씀드리기도 그렇고…. 너무 속상했어요"
-지난 연말부터 진행된 재활기간이 힘들었을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있었어요. 그냥 올시즌은 포기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냥 빨리 수술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활군에 같이갔던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님이 재활을 잘해주셔서 올시즌을 나름 잘 보냈던 것 같습니다"
-올시즌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처음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는 만족해요. 하지만 제 공이 아니다보니까 답답했어요"
-김성근 감독이 '예전에는 소심하고 쑥스러워해서 말도 잘 못했는데 연봉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이제는 더듬지도 않고 말도 잘한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나이가 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제 얼마 안있으면 30살이라…(웃음) 사회생활 연차가 쌓이니까 아무래도 경험이 늘어난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 제구력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제 생각에는 아닌것 같아요. 볼을 많이 던지는데 타자들이 속아서, 운이 좋아서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농군패션을 싫어했는데 올시즌 중반부터는 계속 농군 패션을 했다
"올해 제 바지가 없었어요. 올시즌 못 나올줄 알고 구단에서 안맞혔나봐요. 그래서 시즌 초반에는 완전히 큰 바지 입고 나왔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선수단 전체가 바지를 올려입게 돼서 (조)동화형꺼 빌려 입었는데 맞는 거예요. 그 뒤에 야구가 잘 되니까 그것만 계속 입었어요. 다리도 길어보이는 것 같고…"
-김광현과 차종은 물론이고 색상(흰색)까지 같다
"(김)광현이가 추천을 해줬어요. 그리고 흰색으로 산 이유는 이 색으로 사야 팔 때 좋다고 해서요(웃음)"
-내년 시즌 목표는
"SK와서 한 번도 풀타임을 뛰지 못해서 1군에서 풀타임 뛰면서 많이 던지고 싶어요"
[사진=SK 전병두]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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