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현장. 1순위 지명권이 안양 한국인삼공사에게 돌아가자 이상범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 감독이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선수는 '당연히' 오세근이었다. 그리고 이는 인삼공사 리빌딩의 '화룡점정'이기도 했다.
오세근을 영입함으로써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된 인삼공사. 하지만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이상범 감독이 직접 밝힌 눈물겨운 리빌딩기를 들어본다.
▲ 시작은 주희정-김태술 트레이드
이 감독은 "리빌딩의 시작은 김태술과 주희정(SK)을 바꿨을 때"라고 운을 뗐다. 리빌딩 제안자는 김호겸 사무국장이었다. 김 국장이 2008-2009시즌을 승차없이 상대전적에서 뒤져 7위로 마친 뒤 리빌딩 제안을 했고 이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며 성사됐다. 추진은 이 감독이 직접 했다. 그리고 첫 신호탄이 바로 김태술과 주희정의 트레이드였다.
김 국장은 "박찬희, 오세근이 드래프트에 나오는 때까지 리빌딩을 완성하지 못하면 5~6년을 더 기다려야한다"고 했고 리빌딩에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양희종이 상무에 입대한 반면 김태술은 시기를 놓쳐 상무 입대가 무산된 것. 차선책으로 한 시즌을 더 뛰고 상무에 입대할 수도 있었지만 김태술은 상무 대신 공익근무를 택했다. 덕분에 김태술은 다음 시즌부터 뛸 수 있다.
▲ "딕슨 트레이드 때는 잘릴 뻔 했다"
인삼공사는 2009-2010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부산 KT에 나이젤 딕슨을 내주고 도널드 리틀과 함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얻은 것. 리빌딩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당시 17경기에 출장해 평균 17.5점 8.1리바운드로 팀내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를 트레이드했기에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이번 드래프트보다 작년이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올해는 오세근을 제외하고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지난해에는 박찬희 밖에 없었다는 것. 트레이드 배경에는 박찬희 지명 확률을 25%에서 50%로 높이자는 계산이 숨어 있었다. 이어 이 감독은 "이 트레이드 때는 잘릴 뻔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리빌딩을 허락해준 곽영균 당시 구단주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6번 중 1번은 이겨라"는 곽 구단주의 말이 힘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리빌딩에 젊은 선수가 전부는 아니다
리빌딩의 핵심은 역시 젊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가 전부는 아니다. 젊은 선수를 아우를 수 있는 고참선수가 없다면 팥소없는 찐빵과도 같다.
이 감독이 신구조화를 위해 택한 선수는 김성철. 그는 2006시즌을 앞두고 인천 전자랜드로 팀을 옮기기 전까지 인삼공사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이 감독은 성공적인 리빌딩을 위해서는 김성철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2009-2010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김성철을 친정팀으로 복귀시켰다.
▲ "오세근은 퍼즐의 마지막 조각"
'오세근 드래프트'라 불린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뽑은 것은 인삼공사였다. 때문에 주위에서는 오세근으로 인해 인삼공사 리빌딩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이 감독은 어느 정도 동의하면서도 "오세근을 뽑은 것은 퍼즐 중 일부분을 맞춘 것"이라고 말하며 그가 이번 리빌딩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감독은 "오세근으로서도 인삼공사에 오게 된 것이 잘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포지션인 파워포워드가 강한 팀으로 갔으면 오세근도 좋지 않았다는 것.
▲ 리빌딩의 핵심은 김태술과 김성철
그렇다면 이번 리빌딩의 핵심은 누구일까. 이 감독은 강한 어조로 "김태술과 김성철"이라고 말했다. "팀을 이끄는 것은 김성철이고 경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포인트가드인 김태술이다".
그러면서 김태술에 대한 많은 기대도 내비쳤다. 이 감독은 "김태술이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내년 성적도 달라질 것"이라며 "사실 2번(슈팅가드)이 더 어울리는 박찬희가 올시즌에 1번(포인트가드)을 보는 것도 그 이유다. 포인트가드는 전체 시야를 봐야하는데 김태술이 쉬어서 망가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약간의 불안함 속에서도 김태술에 대한 믿음은 잃지 않았다. 그는 "김태술 정도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베스트 5는 몰라도 김태술은 붙박이 주전이다. 경기를 망쳐도 계속 내보낼 것"이라고 다음 시즌 구상을 얼핏 내비쳤다.
밝은 미래를 위해 힘겨운 현실을 버틴 이상범 감독의 눈물겨운 리빌딩기. 두 시즌간의 기다림이 다음 시즌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일단 퍼즐조각은 완벽히 갖춰졌다.
[인삼공사 리빌딩의 키워드 김성철, 오세근, 김태술, 딕슨(첫 번째 사진 왼쪽부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고 환호하는 이상범 감독. 사진=KBL 제공, 마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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