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왜 소녀까지 박지성에 열광할까'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지난달 말 아시안컵을 마치고 대표팀이 귀국하던 날 인천공항은 '소녀떼'라고 불러도 될 많은 많은 소녀팬들 가득했다. 이 소녀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있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유니폼을 입고 아이돌 가수의 귀국을 기다리는 것처럼 오매불망 출구만 바라보고 있었다.
호기심에 한 팬을 붙잡고 물었다. 갓 20살이 된 듯한 앳된 소녀였다. 자기 딴에는 정성스레 화장을 하긴 했지만 그것 조차 어색해 보였던 소녀 팬은 "박지성 오빠의 팬"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박지성이 좋냐는 질문에 직접 박지성에게 고백이라도 하는 냥 "그냥..좋으니까요"라며 얼굴이 붉어진 이 소녀는 은퇴 소식에는 "슬퍼요"라며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얼굴이 어두워진다.
이처럼 한 소녀가 '지성앓이'를 하게 한 '캡틴' 박지성은 아시안컵 종료 후 국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 4월 15일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1차 예선을 통해 국가대표로 데뷔한 박지성은 같은 해 6월 7일 마케도니아와의 LG컵 이란 4개국 대회에서 A매치 첫 득점을 올렸다. A매치 통산 100경기에 출전해 13골을 기록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2004년 중국아시안컵 8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3위 등 한국축구의 영광스런 역사에 늘 함께했다.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박지성은 종종 배우 유해진과 닮은 꼴로 꼽히면서도 여성 축구팬들의 사랑도 만만치 않게 받았다. 이는 명성과 부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행의 신중함과 축구를 향한 열정과 성실함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 '박지성의 또 다른 심장'이란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된 박지성의 발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공개된 사진 속의 박지성의 발은 갈라진 발톱과 딱딱하게 뭉쳐있는 굳은살, 그리고 수많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평발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 했던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말투에서는 겸손함과 신중함이 드러났다. 그의 특유의 말투인 "~했기 때문에 ~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은 개그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찬욱 영화 감독은 한 방송에서 "박지성은 인터뷰하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빨리 끝내고 연습하러 갈 것처럼 이야기해서 인상깊었다"라고 전하기까지 했다.
항상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했던 박지성은 대표팀 동료 차두리가 "우리에겐 지성이가 있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든든한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박지성 없이 치러진 첫 A매치인 터키와의 친선경기에서는 박지성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박지성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태극 유니폼을 벗었지만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박지성에 축구팬들은 계속 응원을 보낼 것이다.
여담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소녀 팬에게 장난기가 발동해 박지성 오빠도 결혼을 해야지 않겠냐고 물었다. 어떤 여자랑 결혼하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현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많이 예쁘지는 않았으면"라고 대답해 기자를 웃게 만들었다. 박지성을 향한 뭇 여성 팬들의 마음을 대변한 한 마디가 아닐까.
[박지성.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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