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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에는 알코올 중독에 신경 쇠약을 앓는 여주인공 쇼코와 그녀의 게이 남편 무츠키, 그리고 무츠키의 대학생 애인 곤이 등장한다. 소설은 이들 셋의 비현실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다 보면 '과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지만 이 세상에는 드라마 속 캐릭터처럼 뻔하고 단편적인 사람은 있을 수 없기에 '혹시 어딘가에는 있을지도'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서 최유화는 김태희의 고등학교 친구 '강선아'를 연기했다. 드라마 속 '강선아'는 공주가 된 김태희의 휴식처 같은 친구이며, 밝고 긍정적이다. 최유화를 직접 만나기 전에는 자연스레 '강선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고, 비슷한 느낌의 사람이지 않을까 짐작했다.
하지만 최유화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자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의 인물들 보다 더 알 수 없는 색깔을 가진 배우였다. '마이 프린세스' 속 '강선아'로 표현됐던 최유화는 '강선아'보다 훨씬 깊이 있었다.
최유화는 연기에 대한 느낌을 솔직하게 털어 놓으며 입을 열었다. "연기를 하려면 열심히 보고, 열심히 말하고 캐릭터도 만들어 내야 해요. 그래서 연기가 어렵고 어쩔 때는 손에 안 잡혀요.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어요. 연기가 어려워서 재미있어요"
사실 최유화는 연극영화과가 아닌 영문학과를 전공했다. 또 패션 잡지 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먼저 시작했다. 그녀는 "대학에 들어갈 즈음, 제가 꿈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단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예술과 관련된 꿈만은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일반 회사에 취업하는 건 생각하지 않았죠. 대신 모델 일은 꼭 해보고 싶었고, 더 많은 표현을 할 수 있는 연기도 잘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는 제가 좋아하던 거였어요"
하지만 연기 학원에서 오랫동안 수업을 받고 트레이닝을 거친 연기자에 비하면 아직 최유화에게 연기가 쉬울 리 없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그녀는 처음부터 실수투성이다. 최유화는 '마이 프린세스' 첫 대본 리딩 순간을 떠올렸다.
"대본 리딩이 있던 날, 저만 조금 늦었어요. 게다가 전 그런 경험이 없어서 혼자만 편한 복장으로 나갔어요. 다른 선배들은 모두 극 중 인물처럼 준비해왔거든요. 당황했죠. 그 때 이순재 선생님 옆자리가 비어있는 게 보여서 거기에 앉았어요. 하지만 다행히 선생님이 말도 걸어주시고 얘기도 나눠서 편안해졌어요. 김태희 선배도 절 '선아'라고 불러줘서 한결 마음이 가벼웠죠"
그러나 그녀는 지금의 소속사에서 공효진, 임수정 같은 선배 연기자들을 만나 살아있는 연기 공부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그녀는 "공효진 선배 같은 길을 가고 싶어요. 클럽을 가도 이상하지 않을 배우요. 만약 누군가 클럽에서 저를 보고 '쟤가 이런 곳을?'하는 소리를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답변에 그녀는 덧붙여 설명했다. 최유화는 "연기할 때 예뻐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겉모습이 예뻐지는 배우가 아니라 겉모습은 예쁘지 않더라도 연기할 때 그 삶을 잘 표현해서 연기만으로도 예뻐 보일 수 있는 배우가 소망이에요"라고 했다.
최유화의 말처럼 많은 여배우들이 인기를 얻을수록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 구축에 신경 쓰는 건 사실이다. 다들 인기에 걸맞은 우아한 여배우를 꿈꾸지만 최유화는 인기도 화려함도 원하지 않는 듯 했다. 그녀는 단지 연기로 인정 받는 배우이고 싶어했다.
"예쁜 척 하지 않을 거에요. 연기할 때 가장 예쁜 배우, 내면이 아름다운 배우가 될 거에요"
내면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가꾸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음악도 다양하게 듣는다는 최유화는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얘기를 꺼냈다. "여주인공 쇼코가 너무 매력 있어요. 선이 얇아서 깨지기 쉬운 사람 같으면서도 게이 남편을 포용할 수도 있고, 조금씩 이상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이제 막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딘 최유화는 분명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소설 속 '쇼코'처럼 최유화에게도 이해할 수 없지만 자연스레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의 이러한 모습이 작품 속에 녹아 들어 더 많은 이들이 최유화의 매력을 깨닫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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