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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천명(知天命). 나이 50세를 가리키는 말로 '하늘의 명을 깨닫다'는 뜻이다.
나이 50세에도 메이저리거로 뛰는 것이 하늘의 뜻이었을까. 1962년에 태어난 제이미 모이어는 18일(한국시각) 콜로라도 로키스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자책점 없이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모이어는 3,4,5회 3연속 병살타를 잡아냈고 7회초 내야진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수도 있을 만큼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 이날 모이어의 최고 구속은 127km(79마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체인지업, 싱커, 컷 패스트볼 등 지저분한 무기를 가진 그는 아들뻘 선수들을 가볍게 제압했다.
9회초 욘더 알론소가 삼진 아웃 당하며 경기가 콜로라도의 5-3 승리로 끝나는 순간, 모이어는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49세 151일.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령 승리 투수로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1932년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뛰던 잭 퀸으로 49세 74일이었다.
모이어의 나이를 실감하기 위해선 다른 이와의 비교가 필요하다.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이 1963년생으로 '동생'이니 모이어가 지금껏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선동열 감독은 2000년 3월 은퇴 경기를 가졌으니 그가 은퇴한지도 벌써 10년 이상이 흘렀다.
1986년 시카고 컵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모이어는 텍사스 레인저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치는 동안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지만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한 후 1996년부터 2003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2001년엔 생애 첫 2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2003년에도 21승을 거둔 그는 201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9승을 올리고 잠시 공백을 보였으나 올해 빅리그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모이어의 '인간 승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팔꿈치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그는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콜로라도 로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당당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한 것은 물론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성공했다.
보통 야구 선수는 40세에 현역 생활을 이어가면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40세에도 현역 생활을 잇는 자체가 쉽지 않다. 통념을 깨고 불가능은 없다고 외치는 모이어의 '위대한 1승'은 감동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올해로 '50세'인 제이미 모이어. 사진=gettyimageskorea/멀티비츠]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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