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야말로 난감한 우천취소 결정이다.
개막 후 우천으로 취소된 프로야구 경기는 23일 현재 총 11경기다. 21일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이 취소가 돼야 할 상황이었다. 전국에 하루종일 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전국에 비가 왔지만, 일부 구장에는 경기 시작 직전 비가 그쳤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 구장 우천취소였다. 여기에 22일에는 서울의 경우 하루종일 비가 와 잠실과 목동 경기는 취소가 돼야 할 상황이었지만, 광주와 청주는 오전에 비가 그쳤음에도 광주는 취소가 됐고, 청주는 경기가 진행됐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 비는 그쳤는데, 땅은 질퍽하고…난감하네
보통 우천취소 결정이 가장 애매한 경우는 비가 올 때가 아니라 비가 오락가락하거나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사실 비가 꾸준히 계속 오고 있을 경우에는 빗줄기의 강도가 약하지만 않다면 취소를 해도 무방하다. 팬들도 관람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가 경기 시작하기 1~2시간 전에 그쳤을 경우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가 가장 난감하다. 대부분 구장의 그라운드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석면 파동으로 올 시즌을 앞두고 흙을 갈아엎은 구장이 많다. 아직 완벽하게 다져지지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비가 오면 내야가 질퍽해지기 일쑤다. 비가 그치더라도 땅이 질퍽질퍽하다면 부상의 위험이 있어 경기를 진행하기가 힘들다.
이럴 때 취소가 된다면 그 사유는 우천 취소가 아닌 ‘그라운드 사정에 의한 취소’가 된다. 22일 광주 KIA-롯데전이 이런 케이스였다. 하지만 땅이 질퍽질퍽해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따지는 건 순전히 경기감독관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팀이 어지간하면 한 경기라도 뒤로 미루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경기감독관이 그라운드 사정도 고려하지만 두 팀의 분위기를 봐서 취소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한 취소라는 것 자체가 기준이 애매하다.
22일 광주는 일찌감치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가 됐지만, 청주는 시 관계자들의 경기 강행 의지가 대단했다. 가뜩이나 그라운드 사정이 열악하다는 오명을 썼던 터라 기를 쓰고 흙을 부어 땅을 갈았고, 보란 듯이 비가 그친 뒤 곧바로 경기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 청주시는 이날 경기 진행을 위해 무려 트럭이 5차례나 넘게 경기장을 오가며 흙을 날랐고, 인부도 10명 가까이 투입돼 내, 외야에 형성된 물웅덩이를 메우고 흙을 다졌다.
사실 청주도 그라운드 사정으로 얼마든지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었지만 유남호 경기감독관의 신중한 결정과 청주시의 강행 의지가 더해져 경기가 진행됐다. 그리고 강행과 취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관중이 입장하기 시작하면서 취소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비가 오지 않고 관중이 입장하기 시작하는데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 결정을 내리는 건,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한 취소는 대개 관중이 입장하기 전, 일찌감치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한국의 특수한 현실도 있다. 돔구장이 없다는 건 논외로 치자. 돔구장이 있는 미국과 일본도 어차피 야외 구장이 더 많고 우천 취소에 대한 고민은 늘 안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기장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방수 및 배수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청주의 경우 워낙 그라운드가 좋지 않기로 악명이 높아 최근 내야를 가릴 수 있는 큰 방수포를 구입해 20일 경기 후 일찌감치 내야를 덮어둔 게 결국 22일 경기 진행의 원동력이 됐다. 이런 큰 방수포는 잠실과 문학구장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머지 지방 구장에는 이런 대형 방수포가 없는 경우가 있어 비가 올 줄 알면서도 누상의 흙만 겨우 덮개로 덮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근본적으로 비가 많이 고이고, 배수 시설도 원활하지 않은 곳이라면 비가 그쳐도 경기장이 한강이 돼버리곤 한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한국 각 구장의 방수 및 배수 시설은 열악하다. 이런 사정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경기감독관, 혹은 경기 중 심판원들의 우천 취소 결정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는 비가 오더라도 되도록 경기는 강행하는 게 맞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경기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경기장 사정이라는 게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니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우천 취소는 항상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비가 똑같이 그쳤는데도 경기를 진행한 청주와 경기를 진행하지 못한 광주의 그라운드 사정이 달랐고, 그것에 대한 경기감독관의 판단 기준과 주관 역시 달랐다.
[그라운드 보수 공사가 한창인 청주 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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