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안타 17득점.
이는 삼성 타선이 지난 주말 한화와의 원정 2연전서 올린 기록이다. 주중 3연전서 두산에 맥없이 스윕을 당할 때만 해도 터지지 않던 타선에 속앓이를 했지만, 한화 마운드를 두들겨 타격감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20일 경기서 11안타 9득점한 삼성 타선은 21일 우천으로 취소가 돼 타격감이 식지 않을까 우려를 자아냈지만, 22일 경기서도 9안타 8득점하며 좋은 감각을 이어갔다. 삼성 타선은 정말 되살아난 것일까.
▲ 타순 변경 적중… 박석민, 진갑용이 키 플레이어
외형적으로는 류중일 감독의 타순 변경이 적중했던 2연전이었다. 류 감독은 지난 주말 2연전서 김상수-박석민-이승엽-최형우-조영훈-우동균-배영섭-진갑용-손주인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테이블 세터의 출루율이 떨어진다고 본 류 감독은 2번타순에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던 박석민을 놓았고,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던 김상수를 톱타자로 놓았다. 한 방이 있는 우동균과 부진하던 배영섭을 6~7번에 둬 하위타선도 강화했다.
박석민이 펄펄 날았다. 2경기서 7타수 3안타 3타점 4득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활약을 했다. 3안타 중 2안타가 홈런이었다. 김상수도 20일 경기서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쳤다. 테이블 세터가 살아나니 타선 전체에 활기가 돌았다. 최형우와 조영훈이 큰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이승엽이 9타수 4안타 4득점으로 중심을 잡았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중, 하위타선에 득점 찬스가 연결됐다. 하위타선은 상위타선에서 기회를 만들고, 해결하고 이어진 기회를 끊은 게 아니라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격 응집력이 좋아졌다.
하위타선의 중심은 단연 진갑용이었다. 진갑용은 올 시즌 초반 대부분 선발 포수 마스크를 이정식에게 넘겨줬다. 이곳저곳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4연패에 빠지자 결국 한화와의 2연전에 진갑용을 8번타자와 포수로 선발출장시켰고, 진갑용은 오랜만에 기회를 잡자 9타수 5안타 5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20일 경기서 2회 귀중한 결승타를 날린 진갑용은 3회 추가 타점을 올렸고, 8회에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2일 경기서도 8회 3-3 동점상황에서 바티스타에게 또 다시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이틀 연속 진갑용의 방망이에서 결승타점이 나왔다. 또한 끝없이 부진하던 배영섭이 톱타자의 부담을 벗어던지자 9타수 3안타 3득점으로 살아날 계기를 보였다. 22일 경기서 6회 달아나는 적시타를 터트리는 등 멀티 히트로 타격감을 잡았다.
이렇듯 류 감독의 타순 변경과 박석민, 진갑용이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중심을 잡은 대활약으로 삼성은 모처럼 매끄러운 득점 생산력을 뽐냈다. 20안타에 17득점은 분명 경제적인 공격이다. 다만 장소가 청주구장이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주구장은 좌우펜스는 100m로 국내에서 가장 길지만 중앙 펜스는 110m로 가장 짧다. 때문에 좌중간, 우중간으로 넘어가는 타구가 상당히 많다. 실제 20일 김상수의 3점포와 진갑용의 쐐기포는 좌중간, 우중간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이라 다른 구장이었다면 중견수가 처리할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그게 잡혔다면 삼성도 20일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고, 상실감을 느낀 나머지 심리적으로 흔들려 23일 경기까지 타자 전체의 타격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어쨌든 청주구장은 분명 타자들에게는 작은 구장으로 느껴진다. 삼성 선수들도 “청주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구장이 작으니까 마음이 편해요”라는 말을 했다. 이렇듯 심리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 경기장이 작아서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겠다 싶은 의욕이 넘쳐 오히려 스윙폼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삼성 타자들은 작은 구장에서 오히려 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결과론이지만, 작은 청주구장이 삼성 타선의 타격감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다른 구장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번주에 경기를 갖는 대구와 문학 구장은 결코 작은 구장이 아니다. 여기서도 활발한 공격력을 펼쳐야 비로소 삼성 타선이 살아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즌 초반 팀 평균자책점 2위와 1위를 달리는 롯데와 SK 마운드를 상대로 이번주에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삼성 타선이 진짜 회생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2연승을 이끈 진갑용(위 사진)과 박석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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