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배우 김무열(30)은 영화 속 서지우에 흠뻑 젖은 듯 보였다.
박범신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은교'에서 서지우는 비열하지만 대부분 슬픈 인물로 그려졌다. 공대 출신의 서지우는 '별이 왜 별인지 아는데 10년이나 걸린' 둔한 인물이지만, 우연히 마주하게 된 문학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불행한 인물이다. 재능이 없는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가득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인 유혹 탓에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은 서지우라는 인물에 대해 "불쌍한 사람이었죠. 혹은 멍청한 사람이고. 바보, 그 정도의 느낌이 들었어요"라며 그에 대한 첫 인상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그 인물에 대해 생각하게되고 제 안에서 그라는 인물이 자라나잖아요. 이제 내게서 그의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온도가 느껴지는 것 같고 서지우가 그렇게 내가 되면서 저는 마음이 한 없이 아팠어요. 그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바보였어요."
서지우의 감정을 단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컴플렉스'다. 문학과 연기, 같은 예술분야이기에 그 역시도 공감하는 바는 많았다.
"그렇죠. 누구나 가진 감정이죠. 박범신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너무 어렵게 생각말라고. 젊은 예인이라면 누구나 서지우라고. 당신 역시 그러셨다고.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가야할까 고민이 참 많았는데 그 말씀을 듣고는 와닿는 느낌이 생겼어요. 생각해보면 비슷한 경우는 많거든요. 저 역시도 더 어린 배우들 혹은 선배들한테 그런 감정을 느끼고 덩어리져있어요. 이번 영화를 보고도 그랬어요. 진짜 많이 노력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나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은 기대에 못 미쳤거든요. 나는 왜 누구처럼 어떤 사람처럼 어떤 배우처럼 못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겠다 결론 내렸어요."
"힘들었죠. 하지만 이미 많은 선배님들이 해내신 장면이고, 그 분들이 느끼셨을 것에 비하면 비할 바가 안 된다 생각해요. 물론 여배우에도 비할 바 안 되고요. 제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말씀 드릴 순 없을 것 같아요."
'은교'를 촬영할 당시 그의 공개연애도 시작됐다. 연인 윤승아의 SNS에 보낸 취중진담이 공개되면서 자연히 둘의 열애사실도 알려졌다. 연인에 대한 공개적 사랑 고백은 꽤 낭만적이었다. 시인이 되고자 애썼던, 서지우로 살았던 탓일까.
"이상하죠. 서지우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시인이 되고 싶어졌어요.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중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아이한테 편지를 쓸 때 시집을 하나 사서 오늘의 감정과 비슷한 시를 보내기도 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겠지만(웃음). 서지우를 연기하면서는 그런 감수성을 오히려 동경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는데 말이죠."
김무열은 이날 인터뷰 말미 "앞으로도 감성이 닿는대로 행동하고 싶은데 성향 탓인지 늘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라며 "그래도 이젠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예술가라면, 저를 사랑해주는 대중들에게 몸을 맡기려 노력을 해야겠죠"라고 말했다.
서지우는 그에게 하나의 큰 산이었다. 그 산을 넘은 김무열은 아직은 해결하지 못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듯 보였다. 스스로는 과도기라고 설명하는 지금의 시기를 거치고 나면 그는 그가 꿈꾸는 대로 삶 자체가 좋은 냄새를 풍기는 그런 배우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도, 그를 바라보는 대중도 그의 미래를 믿고 있다. 서지우에게는 없었던 미래를 말이다.
['은교'에서 서지우를 연기한 김무열.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