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펜 무너뜨린 한화 타선 대단한 집중력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한화 타선이 삼성 불펜을 신나게 두들겼다.

4일 대구 삼성전을 맞이한 한화는 전날 유창식의 호투로 1승을 챙겼지만, 사실 이날 승산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선발 매치업에서부터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하고 있던 양훈과 수준급 외국인투수 브라이언 고든으로 다소 한화가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야구는 항상 모르는 법. 한화는 상대 선발 고든에게 5.1이닝동안 막혔지만, 이후 올라온 심창민-정현욱-권오준을 상대로 타격이 활화산같이 터지며 거짓말 같은 역전승을 따냈다.

한화는 고든에게 1탈삼진만 헌납했지만, 고든 특유의 완급조절에 막혀 번번이 득점에 실패했다. 2회에는 만루 찬스를 놓쳤고, 3회에는 최형우의 호수비로 더블 아웃을 당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슬슬 자멸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올 시즌 계속해서 이런 흐름으로 이어질 때 좋은 결과를 받아든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6회초 선두타자 한상훈이 좌전안타를 뽑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장성호의 내야 땅볼로 1사 2루가 되자 삼성 류중일 감독이 초강수를 던졌다. 1점 앞선 상황에서 2년차 심창민을 전격 투입한 것이다. 심창민은 삼성이 제2의 임창용이라 여기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이드암 투수. 잘 풀리면 필승조로 거듭나는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 삼성으로썬 타격이 있는 승부수였다.

결국, 한화는 삼성의 계투작전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심창민은 경험이 부족한 투수답게 역시 흔들렸다. 한화 타자들은 차분히 기다렸다. 노련한 김태균과 김경언이 연이어 볼넷을 얻어 1사 만루 역전 찬스를 만들었다. 고동진이 삼진 아웃됐지만, 대타 연경흠이 차분하게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고든의 승리를 날렸다.

6회는 7회 역전극의 예고편일 뿐이었다. 한화는 7회부터 본격적으로 삼성 타선을 몰아쳤다. 이대수가 심창민과 무려 13구까지 가는 접전 끝 좌익수 키를 넘는 2루타를 터트렸다. 8개의 공을 파울로 연결하는 이대수의 집중력이 돋보였고, 상대적으로 이날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크던 심창민은 위닝샷을 집어넣지 못한 채 무너졌다.

그렇게 심창민은 물러났고, 정현욱이 등장했다. 하지만, 한화 타자들은 이미 이대수의 2루타로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강동우가 초구에 번트를 댔다. 삼성 내야진과 정현욱은 완전히 허를 찔렸다. 강동우는 1루에서 살았다. 무사 1,3루. 한화가 완전히 분위기를 탔다. 여기서 한상훈이 흔들리는 정현욱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장성호가 볼 카운트 2-2 상황에서 정현욱의 5구째를 잡아당겨 싹쓸이 3타점 역전 2루타를 작렬했다. 여기서도 삼성 외야진은 단타에 2점을 주는 걸 막기 위해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는데, 정상 수비를 했을 경우 장성호의 타구는 극적으로 잡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장성호는 삼성 외야진과 정현욱을 시원한 장타 한방으로 무너뜨렸다.

여기서 사실상 승부는 끝이었다. 김태균의 내야 땅볼과 김경언의 희생 플라이로 5점째를 뽑은 한화는 8회에도 바뀐 투수 권오준에게 1사 후 최승환의 안타와 이대수의 2루타로 1점을 달아났고, 강동우의 중전안타와 장성호의 2루수 왼쪽 내야안타로 2점을 더 달아나며 승부를 완전히 갈랐다.

이날 한화는 이대수가 3타수 2안타 2득점, 강동우가 5타수 2안타 1득점, 한상훈이 3타수 2안타 2타점, 장성호가 5타수 3안타 4타점, 제 몫을 했다. 9-1-2-3으로 이어지는 타순이 제 몫을 해낸 것이다. 중심 타선 대신 상위타선이 삼성 불펜진을 완벽하게 농락한 경기였다. 한화는 상대 선발 고든 공략에는 실패했지만, 상대의 이른 불펜진 투입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기 막판 집중력을 보이며 기분좋게 2연승을 거뒀다. 경기 후 장성호는 "팀이 연승을 이어가는 데 안타를 쳐서 좋다. 찬스를 살리려고 했는데 실투가 들어왔다"라고 간략하게 소감을 밝혔다. 한화가 삼성에 7-1로 승리했다.

[팀 승리를 진두지휘한 장성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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