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의 액션이 시작됐다.
삼성은 23일 현재 16승 18패 1무로 6위다. 뒷걸음질을 친 뒤 완만한 상승세를 그렸지만 다시 추락하길 반복하다 시즌 초반을 보냈다. 특히 지난 18~20일 넥센과의 원정 3연전 전패는 큰 충격이었다. 2010년 13승 6패, 지난해 15승 4패로 앞섰던 넥센에 의해 5할이 다시 무너진 건 사건이었다. 그러자 선수단 내부에서 위기 의식이 발동됐다.
▲ 이제 정중동은 안 된다
류중일 감독은 급격한 변화를 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시즌을 운영하면서 위기에 닥쳤을 때 안정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편이다. 급격한 변화는 또 다른 시행착오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의 전력 자체가 큰 변화를 줄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시즌 초반 예상치 않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을 때도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고 감싸줬다.
하지만 이제는 4분의 1가량 시즌이 흘렀다. 그럼에도 삼성은 여전히 승패 차가 +가 아닌 0에서 -2~3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행보를 하다 치고 올라갔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또 상황이 다르다. 모든 팀과 3연전 1~2차례를 해보니 만만한 팀이 없었다. 이쯤에서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최형우는 최근 방망이 감각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홈런 0개인 부진한 4번타자였고, 배영섭도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했던 만큼의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류 감독은 과감하게 둘을 2군으로 보내면서 나머지 선수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누구라도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1군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는 따끔한 채찍이다.
주장 진갑용의 삭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갑용은 최근 수년간 삼성 주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삭발을 한 적은 거의 없다. 평소에도 싫은 소리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진갑용은 삭발을 하고 경기장에 나왔다. 부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군기를 잡은 게 아니다. 후배들 앞에서 몸소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 일회성 아닌 터닝포인트 될까
결과는 바로 드러났다. 최형우 대신 22일 대구 롯데전서 이승엽이 시즌 첫 4번 타자로 나섰다. 원래 이승엽은 어느 타순에 놓아도 잘하는 타자다. 정말 달라진 건 선수들의 의지였다. 이날 경기에 임하는 삼성 선수들은 전에 비해 수비와 주루에서 한 발짝 더 뛰는 모습이 역력했다. 1-1로 팽팽한 상황에서 8회 상대의 실책을 틈타 집중력을 발휘한 것도 다르게 표현하면 위기 의식이 발동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어느 팀이든 부진한 팀은 변화를 주기 마련이지만, 약팀은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기 마련이다.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최근 2년간 시즌 초반 부진 속에서도 5월말, 6월초에는 치고 올라갈 계기를 마련했었다. 시즌의 전체적인 그림을 볼 때 지금의 액션이 실질적인 터닝포인트로 이어지느냐는 삼성의 올 시즌 농사에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선수단의 각성효과를 불러일으킨 진갑용의 삭발. 사진 = 삼성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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