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모든 감독이 투수 교체 시점, 특히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발 투수를 교체하는 시점이 가장 헷갈린다고 말한다. 오로지 결과로 말하기 때문이다. 교체하기 전에는 교체한 뒤의 결과를 알 수 없으니 말이다.
▲ 빠르면 빠를 수면 좋다?
감독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선발 투수 교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다. KIA 선동열 감독이 이 말의 신봉자다. 예를 들어 아웃카운트 1개만 추가할 경우 승리 요건을 갖추는 4회 2사이더라도 승부처이고 선발투수가 흔들린다고 판단할 경우 가차없이 불펜 투수들을 가동한다. 선 감독은 이와 같은 전략으로 삼성 시절 통합 우승 2연패를 해냈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도 선발 투수들의 교체 시점을 되도록 빠르게 잡았다. 위기에 닥치기 전에 투수를 바꿔서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들의 투수 교체를 두고 팬들의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그래도 결과는 좋았던 적이 많았다. 실제 패배한 팀은 선발 교체 시점을 늦췄다가 결정타를 얻어맞고 교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뒤늦게 나오는 불펜 투수들도 허탈해진다.
그러나 꼭 그게 정답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불펜이 불안한 팀의 경우 선발 투수 교체를 늦추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선발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더 던질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감독이나 투수코치의 질문에 십중팔구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최대한 경기를 책임지고 싶은 것인데, 자칫 빨리 교체했다가 선발투수의 사기를 꺾는다면 다음 등판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불펜진이 좋더라도 선발투수들을 최대한 끌고 가는 팀이 있다. 바로 삼성이다. 류중일 감독은 “아무리 불펜진이 좋아도 선발을 빨리 교체하면 불펜진이 시즌 중반에 가서 과부하에 걸린다. 선발은 4~5일을 쉬고 나서는데, 불펜 투수들은 1주일에 2~3번은 던져야 한다. 선발의 구위가 좋다면 120~130개 정도 던져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투구수? 구위? 교체 기준은?
그렇다면, 선발 투수를 교체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기준이 바로 투구수다. 보통 100개 내외를 기준으로 삼는다. 한 이닝에 가장 이상적인 투구수라고 평가받는 15구로 6~7이닝을 막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보통 9명의 타자 라인업을 세바퀴 이상 돌게 된다. 3번 정도 상대할 경우 아무리 구위가 좋은 투수도 한번쯤 타자의 노림수에 안타를 내주고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투수 손의 악력이 떨어져 볼끝이 떨어지거나 투구 탄착군이 흔들리는 시기도 이때다.
하지만, 요즘 감독들은 꼭 그렇지 않다. 선 감독은 “나는 투구수를 교체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투구수가 아무리 많아도 볼 끝이 좋다면 그대로 둔다. 그러나 투구수가 적어도 투구 폼이 달라지면서 볼 끝이 흔들릴 경우 그대로 바꿔버린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의 설명은 구체적이다. “투구수는 중요하지 않다. 제구력이 흔들려도 볼이 낮다면 그대로 둔다. 하지만, 볼이 높게 들어가면 교체를 지시한다. 힘이 달려 투구 폼이 흔들리고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치 못할 때 공이 손에서 빠졌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 기록이 걸려있을 때는
가장 난감할 때는 기록이 걸려있을 때다. 노히트노런, 퍼팩트게임 등이 걸려있을 때 감독이 투수 교체하기가 가장 난감하다. 일단 대체로 기록이 이어진다면 투수를 마운드에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록이 깨지는 순간 바꾸는 감독도 있고, 일단 완봉, 완투를 기대한 뒤 더더욱 흔들린다면 그때 바꾸는 경우도 있다.
롯데 이용훈은 24일 잠실 LG전서 3-0으로 앞서던 8회 1사까지 퍼팩트 피칭을 했다. 그러나 최동수에게 초구 좌전안타를 맞아 노히트마저 깨졌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완봉 혹은 완투 기록을 위해 이용훈을 강판시키지 않았다. 이용훈이 후속 오지환과 윤요섭에게 안타를 맞고 1실점하자 9회 시작과 함께 김수완을 투입했다.
이에 앞서 전 두산 다니엘 리오스는 2007년 10월 3일 잠실 현대전서 3-0으로 앞서던 9회 1사까지 퍼팩트를 했지만, 강귀태에게 안타를 맞고 노히트마저 깨졌다. 이때 당시 김경문 감독은 곧바로 리오스를 교체했다. 마무리가 등판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고, 무엇보다 리오스의 상실감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이 역시 정답은 없다. 당시 롯데와 두산은 모두 이겼다.
[넥센 김영민을 교체하는 정민태 코치(위), 두산 이용찬을 교체하는 정명원 코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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