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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아빠 어디가'의 세계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김민국, 성준, 송지아, 윤후, 이준수. 다섯 명의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먹고 그러더니 잔다. 다시 일어나서 먹고 웃고 또 떠든다. 뛰어만 다녀도 뭐가 즐거운지 마냥 깔깔거린다. 한 아이는 계속 울어 대고 한 아이는 계속 먹어 댄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이 평범한 풍경이 쓰러져 있던 MBC '일밤'을 일으켜 세웠다. 때마침 윤후가 얼음 호수 위에 쪼그려 앉은 김민국에게 물었다. "형, 뭣 때문에 그래? 형, 왜 그래? 장난감 갖고 놀까? 형, 기분이 안 좋은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봐. 나 화 안 내. 그냥 말해." 김민국은 아빠가 가져온 텐트가 작아서 걱정이었다. 그걸 알아챈 윤후가 말했다. "형!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어. 우리 집에 벌써 식당 해놨어."
쉽다. 이 아이들에게 고민을 푸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 아이들이 쉽게 해법을 꺼낸 것처럼 도저히 일어날 줄 모르던 '일밤'은 다섯 명의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순수의 풍경에 너무나 쉽게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었다.
'아빠! 어디가?'의 힘은 순수다. 주인공은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제목도 '아들아! 어디 갈까?'가 아니라 '아빠! 어디가?'다. 카메라는 주인공인 다섯 명의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담는다. 아빠에게 장난을 치고 떼를 쓰거나 애교를 부리는 모습도 담긴다. 왠지 '나도 저랬을까'란 생각이 들게 하는 이 풍경만으로도 우리는 살가운 감정을 느낀다. 계속 보고 싶어지는 건, 꾸며지지 않은 아이들의 말과 행동들이 불러일으키는 순수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요즘 예능에 '리얼'은 필수다. '리얼'이란 수식어는 마치 구시대적 예능과 거리를 둔다는 선언 같아졌다. 그런데 진짜 '리얼' 예능이 있을까. 대본의 유무가 아니다. 어른인 연예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과연 '리얼'을 보여주고 있을까.
이들은 카메라가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그것이 TV를 거쳐 시청자들 앞으로 전송된다는 걸 안다. 그래서 어른인 연예인들은 시청자가 앞에 없더라도 카메라를 통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단 사실을 인식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떻게 자신의 이미지에 반영될지, 어떤 웃음 혹은 감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굳이 의도가 없더라도 누구나 조금씩은 계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게 과연 '리얼'일까. 아니면 '리얼'이라 불리는 연기일까.
그러나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은 계산을 못한다. 그런 복잡한 계산 따위는 아직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 윤후가 송지아의 얼굴에 손난로를 대 주는 건 카메라가 찍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추워하는 송지아에게 온기를 나눠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걸 카메라가 찍었을 뿐이다.
어른들이 하는 어떤 '리얼' 예능도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순수의 풍경을 모방할 수 없다. 어른들은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 '리얼'보다 '예능'의 의미에 대해서.
순수는 얼어 붙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녹였다. 쉼 없이 코너의 신설과 폐지를 반복하며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던 MBC '일밤'이었다. '아빠! 어디가?'도 결국 어른들의 시청률 싸움이 만들어낸 산물이란 사실은 어쩔 수 없지만, 그걸 알면서도 일요일 저녁이 되면 성준의 눈웃음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순수의 힘이다.
[김민국, 성준, 송지아, 윤후, 이준수(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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