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화 마운드.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
4월 한달 한화 마운드는 처참했다. 팀 평균자책점 5.95로 최하위. 4세이브 5홀드. 97볼넷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고, 실점도 138점으로 가장 많았다. 선발과 중간을 막론하고 완벽하게 무너졌다. 지금 한화 투수들 중 보직이 정해진 투수는 외국인 듀오 데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 선발원투펀치와 마무리 송창식이다. 나머지 투수들은 보직이 없다. 그럼에도 결과는 썩 신통치 않았다.
▲ 내일 없는 한화 마운드. 봄날의 포스트시즌
한화가 처음부터 비상 체제를 가동한 건 아니다. 김응용 감독은 바티스타-이브랜드-김혁민-유창식-윤근영으로 이어지는 5인 선발로테이션을 계획했다. 마무리는 지난해 막판 좋은 구위를 뽐냈던 안승민. 물론 셋업맨 송창식을 제외하곤 필승조를 확실히 구축하지 못한 채 시범경기를 마쳤다는 게 불안 요소이긴 했으나 불펜 불안은 현재 삼성 LG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안고 있는 문제다.
개막전부터 꼬였다. 마무리 안승민이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롯데와의 개막 2연전서 연이어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패보다 더 뼈 아픈 개막 2연패. 이후 안승민은 더 이상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지 못했다. 대신 송창식이 자리를 잡았다. 토종 선발투수들도 영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타선은 그럭저럭 터지는데 선발투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대량 실점하면서 경기 흐름을 넘겨주는 경우가 잦았다. 개막 13연패. 그렇게 한화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4월 9일~11일 삼성과의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준 뒤 12일~14일 LG와의 주말 홈 3연전서 투수 전원 불펜대기를 선언했다. 바티스타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언제든 출격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일단 당장 1승을 따내야 팀 전체적으로 승리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해석. 결국 LG 3연전서 끊지 못한 연패는 그 다음주 NC와의 3연전 3연승으로 끊어냈고, 분위기 반등에도 성공했다.
한화는 이후 두산에 1승 1패, 4일 휴식기를 가진 뒤 SK에 1무 2패했다. 그리고 4월 마지막 경기서 롯데에 승리. 단순 계산으론 13연패 이후 5승 1무 3패로 나쁘지 않은 페이스다. 하지만, 근본적인 마운드 불안감이 해소된 건 아니었다. 한화 13연패 탈출 제물이 된 NC는 올 시즌 가장 약한 전력을 갖고 있는 팀. 김 감독은 여전히 마운드 비상대기 시스템을 끝내지 않았다.
▲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현재 김혁민, 유창식 등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고 있다. 5선발 후보였던 윤근영도 사실상 불펜 투수가 됐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 선발로 나선 투수는 다름 아닌 개막전 마무리 안승민. 안승민에 이어 유창식이 불펜으로 나오는 장면. 시즌 전 구상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안승민은 그나마 6이닝 2자책 퀼리티스타트를 하면서 선발 연착륙 가능성을 안겨줬으나 유창식은 여전히 불안했다. 마무리 송창식은 무려 5점이 앞선 상황에서 등판했다.
보직을 완전히 개편하고 전원 대기를 지시한지 보름이 지났다. 여전히 한화 마운드는 혼란스럽다. 특히 믿을만한 셋업맨이 부족한 상황. 좋게 말하면 비상 전원대기 시스템. 냉정하게 말하면 뒤죽박죽이 된 마운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언제 등판할지 모른다. 보직이 구분된 팀들의 투수보다 경기를 준비하기가 더 어려운 환경이다. 가뜩이나 다른 팀 투수들에 비해 경험이 적은 투수가 많은 한화다.
김혁민과 유창식은 스프링캠프부터 선발투수에 맞는 준비와 훈련을 해왔다. 안승민도 마무리에 맞는 준비와 훈련을 해왔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보직이 달라졌다. 자칫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김 감독과 코치들이 투수들의 몸 컨디션을 최대한 잘 관리해주고 있다. 또 시즌 초반이라 타격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마운드 운영 시스템이 안정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그게 팀도 살고 투수 개개인도 사는 방법이다. 한화가 마운드 비상 시스템을 언제까지 끌고 갈까.
[한화 벤치(위), 송창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