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안도의 용기있는 고백, 일본팬들로부터 응원 목소리 잇따라
아기와 헤어진다는 선택(중절수술)이 싫었다. 처음에는 주위에서 반대했지만 스케이트보다도 아이의 목숨을 선택했다."
그렇게 말하는 안도 미키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안도 미키(安藤美姫) 선수는 지난 1일 밤 10시부터 방송된 일본 TV아사히 '보도 스테이션'에 출연해 지난 4월 출산한 사실을 밝혔다. 그녀는 아직 미혼으로, 임신 사실도 전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갑작스러운 충격고백에 그녀를 아는 이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부터 그랑프리 시리즈를 비롯해 모든 공식일정을 백지화하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코치 부재를 이유로 들었지만, 알고보니 임신 때문이었던 것.
그녀는 이날 인터뷰에서 연인관계였던 니콜라이 모로조프 코치와의 사제관계, 그리고 자신의 출산에 관해 언급했다.
진행자가 모로조프와의 사제관계에 대해 언급하자, 그녀는 "(모로조프와) 은퇴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녀와 모로조프의 코치 계약은 2011년 4월에 종료됐고, 더이상 연장되지 않았다. 모로조프는 일본의 사진주간지 '프라이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여름쯤 안도미키가 결별을 선언해 연인관계를 청산했고, 이 때문에 자신이 더이상 코치를 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012년 3월무렵부터 안도 측이 모로조프에게 다시 한 번 코치를 맡아달라고 계속 요청했지만, 모로조프는 이를 거절했다.
진행자가 안도에게 연인관계였는지 묻자,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와는 좋은 관계였다. 연습에서 잘 안 돼도 경기에서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주는 코치였다. 처음으로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한 사람이 니콜라이였다. 링크사이드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만들어주었다.'(이제) 코치를 해줄 수 없다'고 말할 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안도는 곧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비슷한 시기(지난해 10월) 쯤... 아기가 뱃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지막까지 망설였다고 할까. 저는 (아기와) 헤어진다는 선택이 싫었다. 처음에는 주위에서 반대해 열심히 내 의견을 말했다. 스케이트보다도 아이의 목숨을 선택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고여있었다. 당시의 마음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운동선수로서는 제멋대로인 편이다. 스케이트는 나를 여기까지 만들어준 존재이지만 여자로서의 행복,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행복을 생각하면, 역시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자로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올해 4월, 3350그램의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진행자가 안도에게 아기 얼굴을 봤을 때의 소감을 묻자,
"귀엽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벌써부터 딸바보가 됐다"
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출산을 통해 스케이트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출산 1개월 뒤인 5월에 연습을 재개했다. 근력이 떨어져 생각만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대단한 일을 해왔구나'란 생각을 처음했다"
"빨리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빨리 여러분들 앞에서 활빙하고 싶다."
그녀는 지난해 7월무렵,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녀의 트위터에는 'I born to die'(죽기위해 태어났다), 'hard and hurts'(힘들고 아프다) 등 매우 염세적인 내용의 트윗이 남겨졌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했고, 또 강해진 모습이었다.
원치않은 임신을 했을 경우, 대체로 낙태를 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아기를 낳는 케이스가 (비율적으로) 더 많다. 이 때문에 유모차를 끄는 20대 초반의 부부도 거리에 종종 눈에 띈다. 한국에서처럼 미혼모나 젊은 부부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더 관심을 가져주는 편이다.
하지만, 세간이 모두 자신을 주목하는 가운데서 자신이 미혼모라는 사실을 밝힌다는 것은 아무리 일본에서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으로 아기를 낳았고 아기 엄마로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기를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게 비춰졌다.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상대남성과 결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신했고, 그 상황에서 그녀는 중절을 택하지 않았다. 이는 상당한 용기가 따르는 행동이다.
안도의 충격고백에 일본 열도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응원했다. "멋있다. 꼭 좋은 엄마가 되길 바란다", "힘내라", "아기를 애정을 가지고 키워달라"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녀의 안티팬마저도 응원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비판과 응원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그녀와 아이 아버지가 제대로 피임하지 못한 것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비판(성적문란함을 논한다든지)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한국이 왜 중절률 세계 1위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안도 미키는 누구도 쉽사리 못하는 선택을 했다. 싱글맘이 되어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선수활동을 접는 것까지 각오하면서 아기를 택했다.
그래서 그녀의 고백은 더 멋있고,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싶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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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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