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타' 김원석 감독, "노래 90%는 현장에서 녹음"(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케이블채널 엠넷 드라마 '몬스타'는 뮤직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다. 뮤지컬처럼 대사까지 노래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배우들의 상황이나 감정에 맞게 직접 노래를 부르며 표현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겐 낯선 장르다.

매 작품에서 도전하기를 꺼리지 않는 진격의 김원석 감독은 드라마 속 노래의 90%를 현장음악으로 표현했다.

"현장 녹음을 그대로 내보냈다. 스튜디오 녹음으로도 현장 녹음처럼 수정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 현장 소리와 목소리 자체 그대로 넣어 현장에서 부르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초반에는 스튜디오와 현장 녹음 버전을 모두 가지고 작업을 했는데 늘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현장 녹음이 우세했다. 스튜디오 녹음도 현장 녹음처럼 만들 수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

현장 녹음으로 가장 빛을 발했던 것은 무엇보다 뮤직드라마라는 특성을 제대로 보여준 첫회의 '바람이 분다'였다.

"'바람이 분다'는 음악 감독에게 내가 원하는 드라마 음악을 보여줘야 하는 분수령 같은 노래였다. 그래서 가장 오랜 시간 찍었고, 이 노래를 듣고 나서 음악감독님이 내 의도를 알아챘다."

'몬스타' 첫 회, 인간라디오라고 불리는 왕따 박규동(강의식)은 재록(윤종훈)의 부름에 친구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비참한 자신의 처지에 박규동은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멈추지 않았고, 이를 보던 전학생 민세이(하연수)는 그의 뒤를 이어 노래를 불렀다. '몬스타'가 끝난 후 이 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고, '몬스타' 음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현장에서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 감정을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는 문제는 상관없었다. 노래를 더 잘했다면 음악적인 면에서는 더 좋았을 수 있겠지만 드라마 적인 면에서 봤을 땐 노래를 잘하는 것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극중 박규동 역의 강의식은 뮤지컬을 통해 음악과 연기를 배웠던 신예였고, 하연수는 노래도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고, 연기도 처음인 신인이었다. 이런 신인 둘이 만나서 만든 첫 음악신이었기 때문에 자칫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나면서 이상하게 비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오히려 그 장면은 묘한 감동을 이끌어냈다.

"그 신이 촬영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그 신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인이 싫어하는 오지랖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세이가 하는 행동이 오지랖이 아니라고 느끼는 게 중요했다. 만약 세이가 노래를 정말 잘했다면 '노래 잘하는 것을 티 내고 싶었구나'로 그쳤겠지만 극 중 세이는 그저 자기 목청껏 규동이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바람이 분다' 이외에도 드라마 속 거의 모든 노래들은 현장 녹음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 박규동이 교실에서 부른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도 그랬고, '보이스 키즈'에서 큰 활약을 했던 김초은의 '아틀란티스 소녀' 역시 100% 현장 녹음이었다.

"차도남(박규선)이 부른 '네가 제일 잘나가'도 육성 그대로였다. 방송에서는 마이크를 통해 부르는 노래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목소리 그대로 녹음 한 뒤 나중에 마이크적인 효과를 덧붙였다. '아틀란티스 소녀'의 초은이는 스튜디오 녹음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음정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그 노래를 소화했다."

김원석 감독의 바람대로라면 모든 음악을 현장 녹음 그대로 방송해야 했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한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올포원이나 칼라바 무대는 여러 악기와 배우들의 목소리가 합쳐져야 했기 때문에 현장녹음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이 같은 10%의 스튜디오 녹음이 있었지만 분명 나머지 음악들은 현장 그대로 배우들의 감정과 표정이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이 됐다. 김원석 감독의 이런 고집이 있었기 때문에 뮤직드라마라는 생소한 장르가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만큼은 분명하다.

[김원석 감독. 사진 = CJ E&M 제공]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