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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차우찬. 이젠 선발진에 안착해야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군에서 말소된 대체 외국인투수 에스마일린 카리대를 선발로 활용할 생각을 사실상 접었다. 류 감독은 원래 “그래도 외국인투수를 선발로 써야지”라고 했지만, 카리대가 선발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뒤 팔꿈치통증까지 일으키자 단념했다. 더욱이 류 감독은 “카리대가 선발로 던지기 위해 불펜피칭을 평소보다 많이 하다가 탈이 난 모양이다”라고 했다. 카리대는 팔꿈치 상태를 회복해서 1군에 돌아오면 불펜으로 기용될 전망이다.
결국 삼성 선발진 한 자리가 빈다. 이 자리는 결국 차우찬의 몫이 됐다. 이제까진 “잘 던져주면”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제부턴 “잘 던져야”로 수식어가 바뀌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류 감독은 14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우찬이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크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서도 잘 하는 건 스트라이크 같은 볼, 볼 같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구분이 없어야 타자들이 잘 속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럴 경우 당연히 투수가 타자와의 볼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해진다.
시즌 초반 극심하게 부진했던 차우찬. 그래도 최근엔 상당히 좋아졌다. 7월 5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0.79를 기록했고, 8월에도 1패 평균자책점 3.97로 괜찮다. 특히 후반기엔 4경기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다. 최근 선발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올 시즌 선발 5경기서 2승3패 평균자책점 3.86.
이날도 좋았다. 1회 선두타자 박용택을 삼진으로 처리했으나 권용관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진영에게 유격수 땅볼을 내줘 2사 2루. 정의윤에게 1타점 선제 좌전적시타를 맞았다. 순간적으로 제구가 흔들린 게 화근이었다. 차우찬의 고질적인 문제. 2회에도 1사 후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김재민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3회엔 김용의, 박용택, 권용관을 차례대로 삼진과 범타로 돌려세워 이날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4회에도 선두타자 이진영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정의윤을 좌익수 플라이, 정성훈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병규에겐 좌전안타를 맞아 1루주자 이진영을 3루까지 보내줬으나 정작 이병규가 오버런을 범하는 사이 삼성 야수진의 중계플레이에 걸려 아웃되는 행운도 있었다. 1루엔 원래 오버런이 적용되진 않지만, 주자가 다음 루로 진루하려는 의사를 분명히 보일 경우 오버런이 적용된다.
5회엔 2점째를 내줬다, 선두 오지환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은 뒤 연거푸 2,3루 도루를 내줬다. 김용의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6회엔 선두타자 권용관을 다시 볼넷으로 내보냈다. 후속 이진영에게도 연이어 볼 2개를 던졌다. 6회 시작과 동시에 볼6개를 던졌다. 제구가 흔들렸다. 그러나 이진영을 투수 병살타로 처리했고 정의윤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선두 이병규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으나 정성훈, 오지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김재민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대타 문선재를 다시 삼진으로 처리했다. 7회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을 정도로 구위 자체엔 힘이 있었다.
역시 볼넷이 문제였다. 이날 차우찬은 볼넷을 4개 내줬는데, 그 중 두 차례가 선두타자 볼넷이었다. 통계적으로도 선두타자 볼넷은 투수에게 실점 확률이 높아진다. 다행히 선두타자 볼넷을 허용했던 4회와 6회엔 모두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3타자에게 안타,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고 삼자범퇴를 유도한 건 3회가 유일했다. 그만큼 매 이닝 고전했다는 의미다.
그래도 더블플레이를 두 차례 유도하는 등 차우찬은 이날 매우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무엇보다 연타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건 수확. 직구-슬라이더의 힘 자체는 좋았다. 볼이 높게 뜨는 건 여전한 위험요소이지만, 적어도 컨디션이 좋은 차우찬은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류중일 감독으로서도 한 숨을 돌리게 됐다. 차우찬이 5선발로 자리를 잡아주면 카리대가 1군에서 올라올 경우 불펜 대기를 할 수 있다.
차우찬은 앞으로 좀 더 안정적인 제구, 좀 더 안정적인 기록을 내야 한다. 올 시즌 선발 6경기서 4번째 퀼리티스타트. 8월 2일 잠실 LG전 이후 또 다시 퀼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일단 퀼리티스타트를 꾸준히 해내면 류 감독의 믿음을 살 수 있다. 그게 바로 성공적인 5선발 안착의 지름길이다.
[차우찬. 사진 = 대구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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