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3년만의 덕아웃 시리즈다.
플레이오프행 잔여 1장의 티켓 주인공은 두산이다. LG와 두산이 16일부터 잠실구장에서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2000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만의 덕아웃시리즈다. 최대 5경기 모두 잠실에서만 열린다. 가을잔치에 걸맞은 무수한 이야깃거리가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야구 팬들로선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 라이벌 매치, 쉽게 승부를 점칠 수 없다
LG와 두산의 맞대결은 항상 전력 외적인 요소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실 그동안 두 팀의 행보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두산이 2007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참가했으나 LG는 암흑기를 보냈다. 그럼에도 정작 정규시즌서 두 팀이 맞붙으면 팽팽했다. 지난해만 해도 12승7패로 오히려 LG가 앞섰다. 올 시즌에도 두 팀은 8승8패로 팽팽했다.
확실히 두 팀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만나면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강했다. 포스트시즌은 두 말할 게 없다. 오히려 경기 외적인 신경전과 긴장감이 과도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이번 플레이오프의 최종승자를 점치는 건 매우 어렵다. 체력적으로 우세한 LG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정도만 짚을 수 있을 정도다. 선을 넘을 정도로 과하지만 않다면 약간의 신경전도 승부욕을 불태울 수 있는 요소다. 이런 의외성, 불확실성은 팬들에겐 확실히 흥미롭다.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다.
▲ 2000년 플레이오프서는 무슨 일이
두 팀은 포스트시즌서 세 차례 만났다. 1993년 준플레이오프서는 LG가 2승1패로 OB을 눌렀다. 1998년 준플레이오프서는 역시 LG가 2승으로 OB를 눌렀다. 그러나 2000년 플레이오프서는 두산이 LG를 4승2패로 잡았다. 당시 드림리그 2위 두산과 매직리그 1위 LG의 맞대결은 포스트시즌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명승부였다.
2승2패로 맞선 5차전. LG가 8회초까지 1-0으로 앞섰다. 그러나 8회말 두산은 타이론 우즈의 동점 적시타와 심정수의 결승 투런포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6차전은 더했다. 9회초 2사까지 LG가 4-3으로 앞섰으나 두산 안경현이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날렸다. 연장 11회초엔 심정수의 결승 솔로포가 터졌다. 두산은 0-4를 5-4로 뒤집어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장문석이 2경기 연속 패전투수가 됐고 6차전 동점포를 날린 안경현은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두산으로선 13년 전 기분 좋은 기억을 올해도 이어가고 싶다. 반대로 LG는 13년만의 복수에 나선다.
▲ 진정한 돈 잔치? 입장수익 얼마나 될까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 입장수익금은 3억4981만6000원, 총 입장관중은 7만1585명이었다. 작년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 입장수익금 30억4057만5000원, 총입장관중 10만795명에 비하면 부족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는 4차전만 매진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목동에서 열린 2,5차전만 매진에 성공했다. 특히 잠실에서 열린 3~4차전 매진실패는 충격적이었다. 포스트시즌 잠실 매진실패는 2005년 10월 10일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일단 매치업 자체에 흥미가 간다. 13년만의 잠실라이벌 포스트시즌 대격돌이다. 전 경기 잠실에서 진행된다 아무래도 넥센은 LG, 두산보단 티켓파워가 약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구장서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진행된다면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관중과 입장수익금을 기록할 수도 있다. 잔치다운 잔치가 기대되는 것이다.
▲ 1,2,5차전 직후 풍경은
잠실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LG의 홈 게임 직후 양팀 선수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로의 얼굴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경기결과로 희비가 갈린 상태에서 괜히 얼굴을 보는 게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LG와 두산이 잠실을 함께 홈으로 쓰면서 생기는 해프닝인데, LG는 3루 덕아웃 뒷편에 라커룸이 있다. 두산은 1루 덕아웃 뒷편에 라커룸이 있다. 그런데 홈팀은 1루 덕아웃을 사용하는 게 관례다. 이러다 보니 LG의 홈 게임 이후엔 양팀 선수들이 샤워도 하고 짐을 챙기기 위해 상대방의 덕아웃을 지나쳐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최근 야구관계자에 따르면 “몰래 만들어놓은 통로가 있어서 요즘엔 경기 후 선수들이 대놓고 마주칠 일이 줄었다”라고 귀띔했다. 그래도 완전히 마주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혹시 이번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기 결과에 따라 삼성의 한국시리즈 파트너가 결정되기 때문에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다. 더구나 플레이오프 5차전은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가 홈팀자격으로 1루 덕아웃을 사용한다. 패배한 팀은 역대 가장 씁쓸한 짐 정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직 덕아웃 시리즈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사진 = 김기태-김진욱 감독(위), LG-두산의 정규시즌 경기 장면(가운데, 아래), 잠실구장 전경(아래).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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